(토마토칼럼)국민연금을 내버려 두자
입력 : 2018-11-08 06:00:00 수정 : 2018-11-08 06:00:00
"국민연금이 주식 비중 축소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
 
지난달 말 국회에서 열린 증시진단 토론회에 참석한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의 발언이다.
 
기관의 주식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위기 시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는 원인 중 하나란 점에서 큰 손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확대해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주식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은 이해하지만 이런 얘기가 오랜 시간 자본시장에 몸담은 금융투자업계 사장단 회의에서 나왔고 금투협 회장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는 것은 작지 않은 충격이다.
 
국내 증시의 만성 저평가는 선진화되지 못한 기업의 지배구조, 주주와 이익을 나누는 데 인색한 기업의 성향, 특정업종으로의 이익 쏠림 등이 주된 요인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시장에 나온 상품의 질을 높여 해결할 일이지 국민연금이란 큰 손이 하방을 지지해줄 테니 손실에 대한 걱정을 덜고 투자하란 마케팅으로 풀 문제는 아니란 의미다. '셀럽 마케팅'은 고객몰이에 효과적이지만 상품의 질이 떨어지면 반짝하고 만다.
 
여러 번 양보해서 개인투자자라면 증시를 살리는 것도 국민의 부를 확대하는 것이니 국민연금이 나서 달라고 요구하고 하소연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위치에서는 부적절한 행동이다. 투자자의 인식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이지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해 모아놓은 돈이 아니다. 당장의 시장 상황만 고려해 자금을 움직일 수도 없다.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는 운용수익을 내서 최대한 국민들이 돈을 덜 내고 더 받을 수 있게 하려는 방법 중 하나다.
 
기금운용은 국민들에게 약속한 연금을 차질없이 지급하기 위해 수익률과 함께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방향을 설정하고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외투자를 늘리려는 이유다.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금융투자업계가 국내 주식 비중 축소 계획을 재검토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주식을 팔고 현금을 확보하라고 조언하는 시점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국민연금은 금융투자업계의 요구를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낸 것 외에는 쓸모없는 짓을 한 셈이다.
 
국민연금을 흔드는 것이 금융투자업계만은 아니다. 국회는 국민연금을 공매도의 원흉으로 몰아붙이면서 주식대여를 중단하도록 했고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 문제 등을 두고도 정치공세를 벌였다. 국민연금 폐지론도 등장했다.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국민연금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 문제들이다. 국민연금은 공공성을 담보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국내 증시 부진으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은 필요 없는 논란으로 힘을 빼서는 안 된다.
 
여론만 의식하거나 업계의 이익을 위해 반복되는 곁다리 긁기는 국민연금의 헛발질을 유도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흔들리는 게 연간 수억원의 돈을 버는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겠지만 노후를 국민연금에 기대야 하는 사람에게는 재앙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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