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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최종구·윤석헌 엇박자 넘어 파열음
2018-11-15 08:00:00 2018-11-15 08:00:00
문재인정부의 2기 경제팀이 출범한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엇박자를 넘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관료출신의 금융위 수장과 학자출신의 금감원 수장이 대통령 공약과 직결된 정책 추진을 놓고 시각차를 넘어 파열음을 내고 있어서다. 대통령 공약과 직결된 금융개혁 대책을 쏟아냈지만, 서로의 어깃장에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감독원이 한달 전에 내놓은 금융사 내부통제 혁신안의 법제화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두 기관의 실무자들이 최근 혁신안의 법제화 실행 시간표를 짜기 위해 회의를 열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내년을 봐야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금감원의 내부통제 혁신안은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내부통제를 제대로 못한 책임을 대표이사에게 묻는 것이 골자다. 법 개정안 제출 권한을 가진 금융위는 금감원의 혁신안 발표보다 한달 앞선 지난 9월 관련법인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위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금감원의 혁신안을 반영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혁신안이 급진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산하기관의 권고를 상위기관이 뒤따르는 모양새로 금융위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불씨를 당겼던 근로자추천이사제도 내년 이후로 넘어가게 됐다. 금감원은 공청회를 개최해 여론의 의견을 들어 볼 계획이었지만, 법적근거가 먼저 마련된 후 공청회를 진행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금감원은 근로자추천이사회를 놓고 금융위와의 갈등설이 불거지자 한발 물어선 조치로 풀이된다.
 
최종구 위원장은 근로자추천이사회에 대해 "노동이사제는 도입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부정적인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윤석헌 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저보다는 좀더 보수적인 것 같다"고 발언해 '금융위-금감원' 불협화음 지적이 제기된 대표적 사례다.
 
지난 반년간 윤 원장을 보좌했던 금감원 임직원은 "학자출신이라 리버럴하다"고 평가했다. 최종구 위원장에 대해선 "우직하고 급진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전자는 진보적이고 후자는 보수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두 기관장의 성향이 다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두 기관의 불협화음이 반복되면서 최근에는 "학자출신이라 조직을 잘 모른다", "관료출신이라 변화를 싫어한다" 식의 비판론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융위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최 위원장이 윤 원장에 "교수 시절에도 이렇게 하셨겠느냐"며 설전을 벌였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금감원과 한목소리를 내면서 금융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최종구 위원장. 그동안 관료들이 하지 못한 방식으로 개혁을 해야하는 윤석헌 원장. 어쩌면 두 기관장의 갈등은 처음부터 예정된 일일지도 모른다. 감독기구와 정책기구가 항상 한 목소리를 낼 수는 없으며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것이 내부 조율을 거치지 않고 외부에 비춰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쓸데없는 불협화음으로 금융개혁의 속도를 늦추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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