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지옥고'의 민낯이 쇼룸으로 가려질까 공유하기 X 페이스북 트위터 URL복사 복사 2018-11-15 06:00:00 ㅣ 2018-11-15 06:00:00 "오늘 우리 이 안에 숨어 있다가 자고 갈까? 이런 데서 하루만 살아 보고 싶어" 가난한 소설가 부부는 침대를 사러 간 '이케아'에서 '엉뚱한' 상상을 한다. 부부방, 아이방, 주방, 공부방 등 아늑하고 다양하게 꾸며진 수십개의 '쇼룸' 중 하루 만이라도 한 공간을 차지해보고 싶다는 희망에서다. 그들은 쇼룸들 사이를 헤메고 다니다 정작 사야할 '침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커다란 샹들리에 조명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방 천장에 달아 놓는 순간 지금까지 잘 보이지 않던 삶의 흔적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곰팡이가 지워지지 않은 싱크대, 낡아 빠진 행거와 덕지덕지 붙어있는 누런 벽지들. 김의경 소설 '쇼룸'의 주인공들은 제각각 '이케아'를 찾는다. 집을 사고 싶지만 살 수 없는 것이 되고, 그래서 그들은 쇼룸으로 가서 집의 이미지를 구매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는 건 '무기력'함이다. 취준생으로, 알바로, 비정규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그들의 집은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케아의 쇼룸에는 있지만 그들의 방에는 없는 것을 발견 했을 때 불안감은 증폭된다. 이케아의 쇼룸이 위장된 삶의 전시라면 내 방은 내 진짜 삶의 형편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케아'조차 못 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케아에 간다는 것은 적어도 자신의 뜻대로 꾸밀 '방'이 하나 있다는 의미인데 아직 그들에게는 자신만의 공간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꼭 소설 속 주인공들의 얘기만이 아니다. 제대로 갖춘 '방'하나 조차 살기 어려운 시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고시원이나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에 거주하는 가구가 37만이나 된다. 통계로 잡히기 어려운 부분을 감안하면 100만이 넘는 가구가 제대로 된 주거공간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서울 종로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도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다. 고시원에는 53개나 되는 방이 있지만 1만8000원짜리 간이 스프링클러조차 단 하나도 설치돼있지 않았다. 7명이나 목숨을 빼앗아 간 이번 사고가 또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비주택 가구의 41%가 고시원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 고시원 화재가 360여 건이나 발생했는데 38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고시원 5곳 중 1곳은 안전설비가 취약해 행정처분을 받았단다. 고시원은 빈곤층의 주거공간 역할을 하고 있지만 '비주택'이라는 이유로 상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렇게 100만 넘는 가구가 제대로 된 주거공간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도 전국에 남아도는 '빈 집'이 100만 가구가 넘는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107만가구로 20년간 약 3배 가량 늘었다. 한 편에서는 집이 없어 아우성인데 다른 한 편에서는 집이 남아돌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최빈곤층의 주거대책을 좀 더 면밀히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잠자는 곳조차 위태로운 주거 사각지대들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도록 해야하고, 빈집을 활용한 대책을 내놓아 최소한의 주거권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100만이 넘는 '비주택' 숫자가 세자리에서 두자리로, 또 한자리까지 줄어들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곳이 이케아의 쇼룸처럼 번듯하지 못할 지라도 나만의 공간이 채워지는 진짜 '보금자리'이길 바란다. 우리 모두는 최소한의 안정적인 주거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 김하늬 정경부 기자(hani4879@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김하늬 적확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뉴스북 이 기자의 최신글 (토마토칼럼)출구에 서 있는 일본, 터널에 들어서는 한국 (토마토칼럼)필리핀 이모가 온다 (토마토 칼럼)'손편지'로 나눈 층간 소음 (토마토칼럼)초딩이 던진 돌, 책임은 누가 지나요 인기뉴스 민주, 경기 분당서 현장 선대위…이재명은 법원행 한동훈, 이틀째 수도권서 지지 호소…'반도체벨트' 집중유세 (인사)KT&G 러시아 비토로 '대북제재 감시' 못한다 이 시간 주요뉴스 (K금융 불모지 태국 뒷얘기)경찰도 보험 영업을 하는 나라 (K금융 불모지 태국 뒷얘기)방콕의 강남에 현대차 대형 광고판 (K금융 불모지 태국 뒷얘기)한국 공매도 금지에 큰 관심 '윤 동창' 정재호 주중대사, 갑질 신고 당해…외교부 조사 착수 0/300 댓글 0 추천순 추천순 최신순 반대순 답글순 필터있음 필터있음필터없음 답댓글 보기3 0/0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