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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정치권의 '증시' 관심, 지금만 같기를
2018-12-13 06:00:00 2018-12-13 06:00:00
"격세지감이나 상전벽해란 말은 아직 과할 수 있지만 예전하고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내년 전망도 희망적이지 않지만 요새만 같으면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여당이 '자본시장 혁신과제' 당정 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국회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 관련 토론회가 줄줄이 열리는 등 정치권의 관심이 커지면서 업황이 부진해도 새 먹거리가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가 폭락을 경험한 지난 10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증시 대진단 정책 토론회'를 개최해 국내 주식시장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최근에는 증권거래세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내용의 법안을 냈거나 준비 중인 국회의원들도 여럿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세계적인 추세와 이중과세 문제 등을 근거로 증권거래세를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있었지만 지금처럼 정치권의 지지를 받은 적은 없다. 당장의 세수 감소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세제당국의 입장을 고려하면 그동안 금융투자업계의 요구는 이뤄질 수 없는 허공 속의 외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예전보다 힘을 얻기는 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여전히 증권거래세를 손대기 어렵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 금융투자업계의 바람은 이번에도 바람에만 머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더라도 상당히 고무적이란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정치권의 강한 지지는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발전에 대한 관심 제고로 해석할 수 있어 앞으로 필요한 법안 마련에 기대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너무나 소박한, 어쩌면 '정신승리'로 보일 수도 있는 이런 생각은 자본시장이 그동안 정치권에서 늘 찬밥 신세였던 데서 비롯된다.
 
금융투자업계나 자본시장 관련 법안이 국회를 무난하고 속도감 있게 통과한 적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란의 소지가 있어서라기보다 관심 밖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국회의 무관심은 수차례 확인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나 자본시장 관련 법안을 내놓은 의원실에 연락할 때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의원님이 아직 거기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은행이나 카드, 보험 등 자본시장보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일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뒤로 밀려있다는 뜻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최소한 이런 점에서는 소외계층이었던 셈이다. 
 
최근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진 것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주식시장의 이례적인 폭락 등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관심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소외계층을 도우려고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크게 한번 반짝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고 오히려 상처만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 마찬가지다. 근래 정치권의 행보가 반짝하고 끝나거나, 기대만 높였다가 실망만 주는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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