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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집안싸움 불씨 여전한 금융위·금감원
2019-03-15 08:00:00 2019-03-15 08:04:47
이종용 금융팀장
금융당국의 두축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매년 1~2월엔 업무계획을 내놨지만, 올초 개각 등의 변수에 따라 1분기가 거의 끝나가는 3월에야 나왔다.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금융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와 금융사의 건전성 및 소비자보호를 감독하는 금감원은 업무계획에 있어서도 두 기관의 태생적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일주일 전 업무계획을 내놓은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을 통한 경제활력 뒷받침'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업무보고 중심을 차지했던 '금융부문 쇄신' 대신에 '혁신금융'이라는 키워드가 최고 상단에 올랐다. 최종구 위원장은 금융사나 핀테크 기업이 불합리한 규제로 좌절되는 경우가 없도록 과도한 금융감독 행태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올해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후 처음 내놓는 업무계획 발표로 전반적으로 금융회사 감독·검사 기능이 강화됐다. 은행의 '꺾기', 보험사의 보험금 미지급,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등 불건전 영업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원장은 금융질서의 확립을 위해서는 영업행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시장의 '엑셀'(금융위)와 '브레이크'(금감원)라는 성격을 감안해보면 이견은 피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종합검사 부활과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 등 지난해 연이은 엇박자는 감독 권한을 둘러싼 금융당국 간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올 들어 두 기관은 접점을 찾는 모습을 보인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의도대로 종합검사 부활을 승인했고, 윤 원장은 "노동이사제 도입은 아직 이르다는 느낌"이라며 금융위의 정책 노선에 볼륨을 맞췄다. 최근에는 금감원을 떠난 퇴직 직원의 금융권 재취업 제한을 완화하자는 의견을 같이 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기관의 갈등 불씨는 여전하다. 키코(KIKO) 사태에 대해 금감원은 업무계획을 통해 분쟁조정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금감원은 즉시연금 소송 및 암입원 보험금 지급 등 주요 분쟁에 파악되는 불합리안 사안을 종합검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혀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업계는 과도한 권한을 내려놓자는 금융위와 감독권 강화를 주장하는 금감원 간의 대립 과정에서 여전히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책, 감독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어 경영에 혼선을 빚는 금융사도 있다. 당장 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에서 수세에 몰린 카드사들은 부가서비스 축소를 두고 입장이 다른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는 두 당국 수장에게 중요하다. 최종구 위원장은 이번 개각에서 유임되면서 신용정보법 개정 등 주요 현안 처리에 한층 속도를 올려야 한다. 윤석헌 원장도 첫 업무계획을 단장한 만큼 감독 정책에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그만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당국의 집안싸움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혁신보다 밥그릇 싸움에 치중하는 두 조직을 보고 금융사와 소비자들이 또다시 씁쓸해 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종용 금융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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