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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인수 기업 보면 미래 사업 보인다
AI·5G·전장 관련 기업 투자 크게 늘리고 비주력 사업은 정리 수순
2019-03-26 00:00:00 2019-03-26 00: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과 LG 계열사가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5G, 전장부품, 로봇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양 그룹이 지난해 인수하거나 청산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해당 분야에 집중돼 있는 모습이다. 삼성은 5G 분야 기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고 있고 LG는 전장부품 기업 인수로 미래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24일 삼성과 LG의 계열사 감사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5G, AI, 전장 중심의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차세대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 지랩스를 인수기업 목록에 올렸다. 지랩스는 AI 기술로 네트워크 트래픽을 분석해 장애 원인 등을 찾아내고 복구하는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5G 시장에서 한층 강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여태까지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 빅3 업체에 밀려 글로벌 장비 시장에서 한 자릿수 점유율에 머물렀지만 내년까지 20%의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고동진 IM부문장(사장)은 지랩스를 언급하며 “5G 관련 인수합병(M&A)을 이미 진행했고 실적이 나온 부분이 있다”며 “(M&A)를 지속적으로 해 왔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또 신기술사업투자조합(SVIC) 40호, 42호, 43호를 신규 설립하며 AI 관련 기업 투자에 힘쓰고 있다. SVIC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삼성벤처투자주식회사가 운용하는 펀드다. 삼성전자는 이번 출자 목적에 대해 “유망 AI 기술 보유 벤처기업 투자를 통한 차세대 기술 발굴”이라고 말했다. 삼성벤처투자는 올해 들어서만 10곳이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처음에는 소규모 지분투자 위주로 진행하다가 잠재력과 성장성이 입증되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인수를 통해 역량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전장부품도 삼성전자와 계열사 미래 사업의 주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하만을 인수한 이후 하만의 계열사를 정리하며 전장부품 중심의 조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홈 오토메이션 기업 AMX와 AMX홀딩스, 영상감지 장치 개발사 사우던 비전 시스템즈(Southern Vision Systems), 오디오 제품 판매를 담당하는 엔델로(Endeleo)와 오디티 테크놀로지스 유럽(Aditi Technologies) 등을 청산하거나 흡수합병 했다. 삼성전기는 중국 톈진 생산법인에 5733억원을 들여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가동 시기는 2020년 중순쯤이다. 기존 스피커, 오디오데크 등 전자기기 생산 주력 기지였던 둥관법인은 톈진법인과 통합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증설을 위해 중국 시안법인과 미국법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삼성전자는 체외진단기기 사업부 매각 작업의 일환으로 미국 의료기기업체 넥서스를 지난해 인수 7년 만에 매각했다. 지난 2016년 인수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도 청산했다. 삼성페이는 삼성전자 미국법인에 흡수합병 했다.
 
LG는 로봇과 전장에 방점을 찍었다. 로보티즈와 로보스타, 아크릴 등은 LG전자 감사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관계기업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로보티즈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10.12%을 가져온데 이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아크릴 유상증자,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업체 로보스타 지분투자에도 참여했다. 조직 내에서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를 두고 최고기술책임자(CTO), 소재·생산기술원 등에 분산돼 있던 로봇 관련 조직을 통합, 새로운 로봇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LG전자 여의도 사옥.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자동차용 헤드라이트 및 조명 업체인 오스트리아의 ZKW를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전장부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점이 눈에 띄었다. ZKW 인수 후 새로 오스트리아에 위치한 지주회사와 생산법인, 슬로바키아·체코·중국·멕시코 생산법인 등 총 14개의 회사가 종속법인으로 신규 편입됐다. 벤처투자도 전장 사업 분야로 향하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와 여기에 출자하는 LG전자 펀드가 새로 편입됐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그룹 차원의 벤처기업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조직이다. 지난해 11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라이드셀에 투자한 이후 자율주행 셔틀버스 개발 스타트업 메이 모빌리티 등에 투자하고 있다. 계열사를 통한 투자도 단행했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미국의 자동차용 접착제회사 전문업체 유니실을 사들였고 전기자동차 모터의 소재를 만드는 우지막코리아의 경영권 인수도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AI·5G·전장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자를 집중하는 한편, 경쟁력이 약화된 사업은 정리하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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