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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도 스마트폰처럼…위협받는 삼성·LG 믿을맨
2019-04-16 00:00:00 2019-04-16 00:00:00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높은 영업이익률로 전자 제조사들의 '믿을맨' 역할을 했던 TV 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전 세계 TV 시장이 몇년째 정체된 데다가 대형 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으로 스마트폰과 같은 전처를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영상기기 전체 매출은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29조2194억원으로 30조대 이하로 떨어진 뒤 2016년 28조7241억원, 2017년 27조5154억원, 지난해에는 25조2939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하락폭도 증가했다. 연간 생산량도 2017년 4743만대에서 지난해 3722만대로 1000만대가량 감소했다.
 
LG전자 역시 위기 상황은 마찬가지다. LG전자의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꿈의 영업이익률'이라고 불리는 10%대(1분기 14%·2분기 10.6%)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하반기부터 꺾이면서 4분기에는 4.6%에 그쳤다. 매출도 지난해 16조208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7% 감소했다. 
 
글로벌 TV 시장의 수요가 정체된데다,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TV 제조사들의 공세 등으로 경쟁이 과열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이센스·스카이워스 등 중국 제조사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 TV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디스플레이 제조 업체들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패널을 공급받은 덕분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이에 따른 타격이 심각한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TV 시장에서 1%대의 점유율(판매대수 기준)에 머물렀다. 매출 기준으로도 4.9%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0위에 그쳤다. △1위 하이센스(16.1%) △2위 스카이워스(15%) △3위 TCL(12.1%) △4위 샤오미(10.4%) 등 현지 업체들이 선두권을 섭렵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TV 제조사인 소니(5.7%)와 샤프(5.4%)에게도 밀려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시장에서의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단일 국가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현지에서의 장악력을 높이고, 현지 제조사들과의 품질 격차를 더욱 벌여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상황이 해제될 경우 중국 제조사들은 정부의 지원 아래 단기간에 전 세계로 지배력을 확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의 사례를 비교해 봐도 중국 제조업체들은 시장에 후발로 뛰어들어도 정부의 지원을 통해 전 세계 시장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형·프리미엄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국내 제조사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지난해 200만대 초반 수준이었던 75형 이상의 초대형 UHD TV 출하량이 올해에는 300만대를 돌파하고, 2022년에는 500만대를 넘어서 전체 TV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전 세계 75형 이상 초대형 UHD TV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51.9%, LG전자가 16%를 차지하며 전 세계의 70%에 육박하는 물량을 국내 제조사들이 판매했다. 2017년에도 양사가 59.3%를 판매했지만, 시장의 성장과 함께 지배력을 높여가는 모습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TV 시장에서 55형을 대형 화면에 포함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나올 만큼 전세계에서 대형화 트렌드가 진행되고 있다"며 "큰 화면일수록 기술력이 더욱 요구되는 만큼 국내 제조사들이 TV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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