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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악인전’ 김무열 “원래는 연쇄 살인마 배역이었지만”
촬영 전 형사 배역으로 변경…“형사 연기 호기심 생겼다”
“칸 레드카펫 기대감 보단 국내 관객 반응이 더 기대된다”
2019-05-26 00:00:00 2019-05-26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김무열은 여러 작품 속 다양한 이미지를 선보여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미지는 스크린 데뷔작인 작전과 배우 김고은의 파격적인 데뷔작 은교속 모습이다. 앞서 작전에선 세상 누구보다 비열하고 나쁜 인간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 이후 실제 김무열의 성격이 의심될 정도로 그는 스크린 데뷔작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은교에선 부서질 듯 위태로운 내면을 소유한 남자로 등장했다. 스승과 어린 소녀 사이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키지 않기 위해 또 자신이 갖고 있다고 착각한 모든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위험해 보이는 선을 넘는 한 남자를 연기했다. 이 두 작품의 극단적 양면성 외에도 그는 강인한 남성의 모습(인랑)과 비루한 일상을 살아가는 루저(머니백)의 모습 등 여러 이미지를 영화 속에서 그려왔다. ‘연평해전에선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제 그는 데뷔 이후 가장 강력한 이미지의 마초남으로 등장한다. 최근 칸 영화제에 초청된 악인전에서 미친개로 불리는 강력반 형사를 연기한다. 데뷔 첫 형사 연기이자 마초남으로 등장했다. 이미 칸 영화제를 홀릭시킨 김무열이다.
 
배우 김무열.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칸 영화제 출국 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무열이다. 꽤 많은 작품에 출연해 온 배우는 아니지만 알차게 다양한 작품을 경험해 왔다. 그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악인전을 만나게 됐다. 마동석이 출연하고 범죄도시의 김성규가 출연한다. 제작과 기획 연출에서 충무로 팔방미인으로 소문난 이원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김무열과 악인전의 첫 만남이다.
 
사실 제가 이 작품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형사 정태석이 아니라 연쇄살인마 강경호 역할이에요. 성규가 연기한 배역인데 어느 날 저한테 감독님이 태석을 제안해 주셨죠. 이미 출연 결정을 한 뒤였어요. 경호 역을 제안 받은 지 얼마 안됐기에 수월하게 넘어갔죠. 우선 의아했는데 형사란 역을 제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아서 거기에서 오는 호기심도 강했어요. 시나리오 전체에서 무게를 잡아주는 인물이라 다른 욕심도 더 생겼죠.”
 
형사란 배역에 끌리게 되자 배역 연구를 위한 과정이 기대가 됐단다. 당연하지만 실제 형사들과 만나 여러 가지를 듣고 알게 됐다고. 영화 속 태석의 표정과 행동 태도가 실제 형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무열의 관찰로 만들어졌다. 배역을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너무 신이 났는지 설명하는 김무열의 얼굴도 환하게 웃음을 띄고 있었다.
 
배우 김무열.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시나리오에서도 그랬고 실제 형사 분들을 만나서도 제가 꽂힌 게 딱 하나 있었어요. 도대체 범인을 쫓을 때 얼마나 그 범인을 생각할까였어요. 실제 형사 분들이 잡을 때까지 범인 생각만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꿈에서도 나타난대요. 그 과정을 설명할 때의 미세한 얼굴 표정이 와~ 진짜 묘했어요. 그냥 저랑 일상 적인 대화를 할 때는 인상 좋은 옆집 아저씨 얼굴이세요. 그런데 범인 얘기만 나오면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시더라고요. 그런 감정을 배역에 많이 녹이려고 노력했죠.”
 
형사로서 감정적인 디테일을 잡아 나갔지만 사실 진짜 걱정이 되는 부분은 마동석과의 연기 호흡이다. 국내 영화계에서 마동석은 가장 액션을 잘 하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엄청난 피지컬을 앞세워 상대방과의 액션 호흡을 하기에 잘못하면 큰 부상을 당할 위험도 있다. 과거 이웃사람에서 마동석과 함께 액션 장면을 찍은 배우 김성균은 지구상에서 가장 힘이 쎈 남자라고 마동석의 강력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하하. 우선 동석이 형이 진짜 힘이 쎄요. 그건 제가 굳이 설명 안 드려도 아시겠죠(웃음). 동석이 형이 운동도 많이 하시고 복싱도 거의 프로급이세요. 그래서 액션을 정말 잘하세요. 상대방이 안 다치게 연기를 진짜 잘하세요. 반대로 제가 힘들었던 건 15kg 정도 체중을 불리는 거에요. 동석이 형과 비교해서 한 방에 죽지는 않겠다는 느낌을 줘야 하니. 감독님이 파이트 클럽의 브래드 피트 사진을 주시고 이런 느낌이라고 하셨는데 나중에는 결과적으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톰 하디 느낌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배우 김무열.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이미 영화가 개봉했지만 언론 시사회 이후 이원태 감독과 마동석을 통해 전해 들은 악인전의 비하인드 스토리 중 흥미로운 점은 삭제 분량이었다. 영화 전체 분량으로만 따지면 10분 내외 정도이다. 우선 영화 속 결말이 대거 삭제됐다. 또 다른 삭제 분량은 김무열이 연기한 태석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이원태 감독은 그 장면을 추가하면 사실 김무열의 존재감이 엄청나게 살아 난다며 미안해 했다.
 
어떤 장면이 삭제가 됐는지 당연히 알죠. 글쎄요. 아쉬운 건 전혀 없어요. 결과물을 놓고 보자면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지금의 버전이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보여요. 영화가 크게 동석이 형이 연기한 장동수, 김성규가 연기한 강경호 그리고 제가 연기한 정태석. 이렇게 세 가지 축으로 나가는 데 누가 돋보이고 누가 덜 돋보이고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그리고 영화 속 결말을 보시면 진짜 통쾌함이 짜릿하실 거에요. 저 역시 그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으니(웃음)”
 
악인전은 남녀 관객을 떠나 통쾌함을 주는 대목에선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장 큰 경쟁 요소를 담고 있다. 더욱이 악과 악의 대결이란 모순적인 설정과 조직폭력배 보스 그리고 형사가 협력해 연쇄 살인마를 잡는다는 역발상 자체가 영화의 재미를 끌어 올리기 충분해 보인다. 물론 지금까지 국내 상업 장르 영화에서 등장한 전형적인 캐릭터들이란 약점도 보이기는 한다. 그럼에도 김무열은 자신했다.
 
배우 김무열.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형사, 조폭, 연쇄 살인마. 당연히 많이 보아 온 캐릭터들이잖아요. 그런데 설정 자체에서 분명히비틀기가 존재해요. 악 중에서도 절대 악을 잡기 위해 악과 악으로 불릴 수 있는 형사가 협력을 한다? 보시면 분명히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칸 영화제 레드카펫도 기대가 되지만 사실 진짜 기대는 국내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더 관심이 가요. 통쾌함 짜릿함은 지금까지 그 어떤 한국 영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김무열에겐 가장 냉정한 조언자이자 모니터링 요원이 한 명 있다. 바로 그의 아내이자 같은 배우인 윤승아이다. 김무열은 매번 자신의 출연작에 대해 아내의 조언을 듣는다고. 아내 윤승아의 조언은 거의 대부분 들어 맞았단다. 이번 악인전촬영 전에도 당연히 물어 봤단다. 김무열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아내의 조언을 전했다.
 
배우 김무열. 사진/(주)키위미디어그룹
 
사실 와이프가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을 하지 않아요. 그런데 전 분위기로 알 수 있잖아요. ‘악인전같은 경우에는 잘 될 것 같은데라고만 했죠. 근데 그게 아내 입장에선 엄청난 칭찬이에요. 너무 기분 좋았죠. 주변 친한 친구들도 이건 주변에 내가 추천해도 되겠는데라고 처음 얘기를 했어요. 이제 국내 관객 분들의 반응만 남았네요. 칸 레드카펫? 그것도 기대는 되는데 개봉 이후 어떤 평가를 받을 지가 더 두근거려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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