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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안전' 외치면서 저가 낙찰 개선 않는 공공공사
2019-06-17 14:26:54 2019-06-17 14:26:54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말과 행동이 다르면 신뢰를 잃는다. 건설현장의 안전을 챙긴다는 정부 행보에 마음이 가지 않는 까닭이다. 정부 부처는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고 예방을 당부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0대 건설사 CEO를 만나 사고 방지를 당부하면서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사고 예방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공개한 바 있다.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감독 강화 노력은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 같은 관리감독만으로는 사고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주장한다. 업계가 요구하는 건 비용이다. 안전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입찰제도에서는 안전 투자 비용을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를 가로막는 건 공공공사의 저가 중심 낙찰제도다. 시공사를 선정하는 입찰제도는 공사규모나 난이도에 따라 여러가지로 갈리지만 가장 많은 경우가 적격심사제와 종합심사낙찰제다. 공사 예정 가격 대비 낙찰가격인 낙찰률은 적격심사제 경우 80~88% 정도다. 종심제는 80%에 채 못 미친다. 원래 받아야 할 액수보다 낮은 가격에 공사를 수행한다는 의미다. 
 
외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일본과 미국의 공공공사는 낙찰률이 90%를 넘는다. 미국은 일부 공사의 경우 107%에 달하기도 한다. 공공공사에 참여해도 입에 풀칠하기 바빠 안전에 투자할 자금이 없다는 업계 항변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이 같은 문제는 공공공사에 그치지 않는다. 민간공사의 발주자가 공공공사의 선례를 학습해 시공사 선정 시 낙찰가격을 깎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민간공사도 안전사고 위험을 줄일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다.
 
안전을 강조하는 정부 목소리가 허울 좋은 메아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에 맞는 행동이 필요하다. 저가 위주의 낙찰 관행을 깨트리고 낙찰률을 높여야 사고 예방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 건설현장의 업무상 사고로 지난해 사라져간 생명이 485명이다. 전체 산업 중 약 50%를 차지한다. 목숨은 가격과 바꿀 수 없고, 비용은 생명의 동아줄이 될 수 있다. “안전은 비용”이라는 업계의 하소연이 귓전에 맴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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