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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원진아, ‘롱리브더킹’이 찾아낸 진흙 속 진주
면사무소-보험사 직원 출신, 24세 무작정 서울 상경 ‘배우꿈’
“다른 선배 배우들이 강윤성 감독 극찬한 이유, 이젠 알겠다”
2019-06-23 00:00:00 2019-06-23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분명히 낯선 얼굴인데 낯이 익다. 목소리의 무게감도 느껴진다. 여배우이지만 중저음의 보이스톤이 신뢰감을 준다. 연기의 힘이 느껴진다. 영화 강철비에서 남한으로 얼떨결에 내려온 북한 여성 중 한 명이었다. 영화 에선 주인공 류준열과 같은 부서의 매력적인 여성으로 등장한 바 있다. 단역에서 조연으로 상승했었다. 그리고 이번엔 당당히 주연이다. ‘범죄도시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과 탄탄한 연기력의 선배 배우 김래원이 주연이다. 김래원의 상대역이다. 그와 로맨스를 펼친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영웅강소현을 연기한 배우 원진아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워낙 마니아층이 두터운 인기 웹툰이기에 영화화가 결정된 뒤 팬들은 가상 캐스팅 라인업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바 있다. 주인공 장세출역에는 만장일치 김래원이었다. 그리고 상대역 강소현이 바로 원진아였다. 신인 여배우이지만 원작 마니아들에겐 싱크로율 100%를 넘어섰다. 직접 만난 원진아는 강소현이 실제로 스크린을 뚫고 걸어 나온 듯 했다.
 
배우 원진아.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개봉 전 삼청동 카페 보드레 안다미로에서 만난 원진아는 영화 속 강소현의 모습 그대로였다. 할 말은 똑 소리 나게 하고 가끔은 무례한 남자에게 따귀 한 방 거세게 올려 부칠 정도의 깡다구가 있어 보였다. 물론 본인은 부끄러운 듯 손사래를 치지만 어떤 면에선 강소현과 충분히 비슷한 면이 많다며 웃는다. 일단 그는 확고한 남성상을 갖고 있었다. 상당히 독특했다.
 
제가 뭐랄까요. 이상형은 아닌데 정말 못 참는 게 있어요. 무단횡단 하는 남자하고 길거리에 쓰레기 그냥 버리는 남자는 완전 별로 에요. 만약 친한 친구가 소개팅을 해주는 데 그 남자가 길 건너에서 담배 피우고 오다가 절 보고 담배 꽁초 길거리에 버리고 무단 횡단으로 저한테 뛰어오면 그 남자는 볼 것도 없이 이죠(웃음).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컸는데 공중 도덕 지키는 것에 많이 들었던 것 때문인가 봐요. 이 두 가지는 저도 철저해요.”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도 있고 농담일 수도 있지만 분명히 저 두 가지는 확고하단다. 그래서 강소현과 많이 닮은 지점이 보였다. 그런 점 때문에 강윤성 감독도 비교적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원진아를 여주인공으로 선택했을지 모른다. 원진아의 이런 면을 연출자로서 꿰뚫어 본 것일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이 낯선 배우는 강윤성이란 감독으로 인해 이제 수면 위로 끌어 올려졌다. 판단은 대중들의 몫이 됐다.
 
배우 원진아.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그렇게 평가해 주시니 진짜 부담이 큰데요(웃음). 저도 감독님에게 여쭤 봤는데 주변에서 추천을 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제가 나온 작품들을 조사해서 보신 것 같아요. 몇몇 장면에서 저로 인해 만드시고 싶은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단 확신을 하신 것 같아요. 저도 자신 있었던 점은 강소현과 제가 많이 닮았어요.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돼요. 안 그럼 병이 날 것처럼 답답해요(웃음). 아무래도 이런 성격이 주효했나 봐요. 하하하.”
 
기대감일 수도 있었고, 가장 걱정했던 지점일 수도 있다. 선배 김래원과의 호흡이다. 워낙 과묵한 성격으로 알려진 김래원이다. 그 동안 여러 작품에서도 말 수가 별로 없는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그런 선배 배우와 로맨스를 그려야 한다. 자신의 연기력으로 김래원 같은 대선배와 함께 관객들이 만족할 만한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호흡을 맞출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사실 처음엔 선배님이 되게 무서우신 분인 줄 알았죠. 그런데 현장에서 너 하고 싶은 데로 해라며 절 완전히 풀어 주셨어요. 나중에는 제가 불편할까 봐 그 어떤 조언도 안 하시는 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영화에서 첫 만남인 뺨 때리는 장면도 되게 걱정을 많이 했죠. NG가 나면 저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고생을 하게 되니. ‘한 번에 하자란 생각으로 되게 쌔게 때렸어요. 진짜 정말 아프셨을 텐데 오히려 절 위로해주시면서 괜찮다’ ‘잘했다라고 응원해 주시고. 진짜 배려심으로 똘똘 뭉치셨어요.”
 
배우 원진아.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사실 영화에서 뺨 때리는 첫 장면은 스토리 전체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하지만 이 지점 때문에 영화 자체의 색깔과 동력을 이해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듯싶었다. 물론 이 장면은 원작인 웹툰 속에서도 등장한다. 강윤성 감독도 김래원도 이 장면이 가장 중요한 지점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원진아는 이 장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뺨 한 대에 한 남자가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인생을 결정 짓게 되는 해석에 대해.
 
그 장면이 롱리브더킹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잖아요. 사실 그 장면 촬영은 전체의 중간쯤에 찍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선 이게 현실이라고?’ 싶었죠. 근데 현장에서 오히려 이해가 됐어요. 다른 장면을 찍고 그 장면을 중간에 찍으니 그런 생각이 확고하게 정리가 됐죠. 그리고 그 장면 찍을 때 진짜 화가 나더라고요. 부모님 세대의 분들이 얻어 맞고 욕도 듣고. ‘너 뭐야?’란 심정으로 확 나왔어요(웃음).”
 
김래원과의 이런 호흡은 사실 강윤성 감독의 탁월한 조율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원진아 역시 강 감독의 전작인 범죄도시를 본 뒤 그의 팬이 됐다. ‘저 감독과 꼭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배우로서의 감정을 분명히 갖게 됐었다고. 그리고 거짓말처럼 강 감독의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이 됐다. 그리고 현장에서 경험한 강 감독은 기대 이상이었다.
 
배우 원진아.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래원 선배나 다른 선배들이 감독님 완전 팬이에요. 경험을 해보니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요. 감독님이 시나리오 그대로 촬영을 하시기 보단 현장 상황에 맞게 굉장히 유연하게 작업을 하세요. 그런데 그 방식이 배우로선 배역에 진짜 오롯이 빠지게 만드는 아주 흥미로운 방식이더라고요. 선거 유세 장면이 거의 초반이었는데 그때 진짜 힘들었거든요. 감독님이 절 조용히 부르셔서 외운 대사를 하지 말고 상황을 이해해라라고 하셨죠. 그리고 진짜 제가 말하고 싶은 말을 했어요. 그때서야 강소현이 제 몸에 붙는 느낌이 들었죠.”
 
데뷔 이후 오디션을 보지 않게 출연하게 된 첫 번째 작품이 이번 롱 리브 더 킹이다. 원진아는 사실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그 흔한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다. 천안 출신이지만 그의 소개로는 깡촌도 그런 깡촌이 없다고 할 정도로 한적한 시골 동네 출신이란다. 면사무소에서 반년 정도 행정 인턴으로 일을 한 적이 있다. 이후에는 보험회사에서도 일하고 영화관 놀이공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로서의 꿈을 키워왔다.
 
배우 원진아.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진짜 저 같은 사람이 이런 자리까지 오게 됐단 게 꿈 같아요. 놀랍죠(웃음). 면사무소에서 일하던 깡촌 소녀가 하하하. 24세에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독립영화에 오디션 보고 단편 영화 출연하고. 그렇게 생활하며 지금까지 오게 됐죠. 배우로선 영화 강철비와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기억에 남아요. 두 작품이 진짜 배우로서 절 발돋움하게 만들어 줬으니. 물론 롱리브더킹은 첫 번째 주연이니 더 기억에 남죠. 다음 작품에선 몸 쓰는 액션을 꼭 해보고 싶어요. 저 진짜 액션 잘 할 수 있는데(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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