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30년 뒤처진 한국 공유경제의 미래
입력 : 2019-07-18 06:00:00 수정 : 2019-07-18 06:00:00
김동현 중기IT부 기자
'붉은 깃발법'.
 
공유 모빌리티 산업 성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된 사례다. 그동안 플랫폼 업계와 전문가들은 공유 모빌리티 산업, 나아가 공유경제 육성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 19세기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사례로 들었다. 기자는 공유 모빌리티 산업을 취재하며 이 사례를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법을 소개하려 한다.
 
붉은 깃발법이란 1865년 영국 정부가 제정한 도로교통법이다. 증기자동차의 등장으로 마차와 자동차가 도로 위에 함께 운행되자 영국 정부는 마차 산업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 법을 제정했다. 자동차 운행 속도를 제한하고 반드시 붉은 깃발을 꽂은 마차 뒤를 따르도록 했다. 이 법은 약 30년 동안 이어졌고 그사이 미국, 독일 등 다른 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카풀·택시 갈등을 시작으로 촉발된 모빌리티 산업 간 갈등이 올해 7월 마무리되고 있다. 택시단체, 카카오모빌리티, 국토교통부, 더불어민주당 등이 참여한 카풀·택시 사회적대타협기구는 지난 3월 공유 모빌리티 산업을 택시를 활용한 플랫폼 산업으로 정의했다. 5개월 동안 지지부진하던 논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카풀 시간제한, 택시 월급제 통과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17일에는 국토부가 택시 외 모빌리티 수단을 가로막는 택시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경제 라운드테이블, 공유경제 기반 조성을 위한 분야별 플랫폼 활성화 방안' 간담회를 열고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밝혔다.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 공유경제 불모지라는 오명을 썼다"며 "규제 개혁을 위해 정면돌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연이어 발표된 당정 협의는 택시 산업 종사자 보호에만 집중했지 공유 모빌리티 활성화 방안이란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는 결국 정부의 정면돌파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스타트업들은 지난 3월 사회적대타협기구 발표가 사실상 '공유경제 사망선고'였다고 평가한다. 7월 발표는 이를 재확인시켰다. 미국에선 우버, 리프트 등이 상장에 성공했고 동남아시아에서 그랩이 승차공유를 넘어 생활 서비스 전반으로 성장 중이라는 사실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 공유경제의 대표 사례인 모빌리티 시장이 닫힌 지금 30년 뒤 국내 공유경제 산업을 걱정하게 하는 시점이다.
 
김동현 중기IT부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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