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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인프라에도 민간 자본이 필요하다
2019-12-03 14:23:27 2019-12-03 14:23:27
인프라는 양날의 검이다. 적절히 관리된 도로,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SOC)은 국민의 편의를 높이지만 방치된 낡은 시설은 대형 사고의 원흉이다. 전자가 바람직하지만 국내 상황은 후자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기반시설 다수가 준공된 지 30년이 지났다. 정부는 부처별 긴급점검을 진행해 저수지 중 96%, 댐 45%가 30년 이상 낡았다고 진단했다. 철도나 항만 등 시설도 10곳 중 2~3곳이 30년이 지났다. 
 
머지 않아 노후 인프라의 숫자는 급증할 전망이다. 70~80년대 경제개발 시기에 인프라 시설을 집중 투자한 탓에 낡은 SOC가 늘어나는 속도도 가파르다. 오는 2026년에는 공공 SOC 시설물 중 21.4%가 노후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6년 기준 약 10%에서 2배 가량 뛰는 셈이다.
 
낡은 시설은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건축물이나 교량, 육교 등 인프라 노후화로 연 평균 약 415건의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인프라 노후화에 따른 사고를 막기 위해 내년부터 4년동안 32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재정투입은 바람직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낡은 인프라가 급증하는 만큼 쏟아야 할 예산이 이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짙다. 
 
민간 자본을 끌어올 필요성이 크지만 유인하기 쉽지 않다. 사업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민간 자본 유치 방법 중 하나로, 사업자가 인프라 개발 및 유지 관리 프로젝트를 발굴해 주관부처에 제안하는 형태가 있다. 그러나 처음 아이디어를 제시한 최초제안자가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러 사업자를 모집해 경쟁시킨 후 낙찰자를 선정하는데, 이때 최초제안자가 받는 실질적 가점이 1%대에 미치지 못한다. 사업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사업자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 
 
아울러 도로, 교량의 통행비 등 운영 수익이 낮은 점도 민간 자본의 진출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지적 받는다. 
 
미국 등 외국에선 사업자의 운영 수익을 보장해 민간 자본을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 같은 사례를 국내 노후 인프라 관리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초 사업을 발굴·제안하는 민간 자본에게 실질적 가점을 높여 인프라 유지 사업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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