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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한국 통신망으로 장사하지만 사용료는 못낸다는 넷플릭스
2020-06-03 06:00:00 2020-06-03 06:00:00
스트리밍 시대다. 음악·영화·드라마 파일을 PC에서 휴대폰으로 옮기는 것은 과거의 일상이다. 보고싶은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온라인 상에서 바로 재생한다. 고화질 영상이라도 중간에 끊길 염려는 없다. 다양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들이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마음에 드는 서비스를 고르면 된다. 월 1만원도 되지 않는 요금만 내면 보고싶은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파일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전환했다.
 
이는 고용량의 데이터라도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통신망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트리밍으로 이용하는 고화질의 동영상은 콘텐츠 제공업체(CP)의 서버로부터 인터넷망 제공업체(ISP)의 통신망을 거쳐 소비자들의 스마트폰으로 전달된다. 많은 소비자들이 고화질 영상을 재생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통신망이 있기에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한 셈이다.
 
이처럼 CP들은 통신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콘텐츠를 실어 보낸다. CP들이 ISP들에게 망 사용료를 내는 이유다. CP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업체와 넷플릭스·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업체로 나뉜다. 해외 사업자라도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같은 국내 ISP들의 망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려면 한국 ISP들에게 정당한 망 사용료를 내고 통신망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자명한 이치다. 
 
하지만 거대 해외 사업자들은 한국 ISP들에게 제대로 된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논란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넷플릭스·구글·페이스북 등은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하며 매출을 내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망 사용료는 내지 않고 있다. 지난 수년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해외 사업자들의 한국 지사장이 증인으로 불려나와 망 사용료에 대한 추궁을 받았지만 '우리는 각 국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 '그 부분은 내가 답할 것이 아니다'라는 답만 반복했다. 최근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넷플릭스다. 세계 최대 콘텐츠 플랫폼이자 CP인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서 가입자를 빠르게 늘렸다. 하지만 제대로 된 망 사용료는 내지 않는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중재) 신청을 했지만 넷플릭스는 소송으로 이를 무력화했다.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트래픽과 관련해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받겠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양측의 의견을 들으며 재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넷플릭스의 소송으로 전면 중단됐다.
 
ISP와 CP들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그 와중에도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에서 가입자를 늘리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업을 하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거나 받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은 국내와 해외 사업자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넷플릭스의 소송이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다. 네이버·카카오같은 국내 CP들은 ISP에 연간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박현준 중기IT부 기자(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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