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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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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동네한바퀴)가락현대6차, 송파구 국평 아파트가 13억대

속도감 있는 재건축 추진에도 거래 ‘꽁꽁’

2022-08-29 06:30

조회수 : 9,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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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가락현대6차 아파트는 서울시 송파구 국립경찰병원 바로 뒤에 있는 작은 단지다. 달랑 10층 건물 두 동짜리 160세대 작은 단지라서 대로변에서 보면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엄연히 3호선 경찰병원역 역세권 아파트다. 
 
이 작은 단지가 일부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시세에 기인한 바 크다. 나름대로 강남3구에 속한 곳인데 ‘국평’(국민평형, 전용면적 84형) 시세가 13억원대다. 20억원대, 구축도 15억, 16억대가 넘치는 지역에서 보기 힘든 가격이다. 
 
물론 남보다 시세가 낮은 것은 세대수가 적고 또 오래된(1991년 12월 준공) 아파트라서 그렇겠지만 작아서 유리한 점도 있다. 
 
현재 가락현대6차 아파트는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소규모 재건축(가로주택정비사업)이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재건축 방식을 말한다. 대지면적이 1만㎡ 미만이고, 노후 불량 건축물이 전체 건축물의 3분의 2를 넘어야 하며 세대수는 200세대 미만인 단지만 진행할 수 있다. 가락현대6차는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소규모 재건축의 장점은 재건축 절차를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을 할 때는 조합설립 인가 전에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구역을 지정한 후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그 다음 밟아야 할 단계도 많다. 이 과정에서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추진위 구성하는 데만 2년이 걸리고 추진위 구성부터 조합설립인가 받는 데 또 1년이 소요된다. 그래서 재건축은 처음부터 끝까지 빨리 해도 8~10년이 걸리는 사업이다. 15년, 20년 걸렸다는 곳이 더 많다. 
 
하지만 소규모 재건축사업은 앞의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주민들이 조합을 구성해 직접 시행하거나 LH, 건설사 등과 공동으로 시행할 수 있어 최대한 빨리 진행하면 4년으로 사업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앞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가락현대5차 아파트가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해 올해 1월에 사업시행계획인가가 났다. 지난 2020년 4월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 1년8개월만이다. 지난 6월엔 철거 심의도 통과했다. 이제 머지않아 조합원 동호수를 추첨하고 일반 분양에 들어갈 것이다.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이에 가락현대6차도 지난 4월 조합설립 준비위원회를 설립하고 송파구청에 정비사업 내용 검수를 받아 불과 한달만에 90%의 주민에게서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았다고 한다. 덕분에 지난달 29일 조합창립총회를 열고 이달 2일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단기간 내 주민들이 뜻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조합설립 후에는 조합원들의 매도행위가 제한되는 법이 8월3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그 전에 신청서를 넣기 위해서였다는 배경이 있다.  
 
신청서 넣었다고 재건축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재건축의 윤곽은 잡혀 있다. 현재 204%인 용적률을 261%로 키워 2동 건물을 지하3층, 지상 19~29층 3개동, 191세대로 늘릴 계획이다. 31세대를 추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현재 100㎡(전용 84㎡) 단일평형 단지를 전용 84㎡A 104세대, 전용 84㎡B(세대분리형) 23세대 외 전용 59㎡형 64세대를 넣은 덕분이다. 
 
가락현대6차 아파트는 10층, 2동으로 지어진 160세대 작은 단지다. (사진=김창경 기자)
 
단지 입구에 걸린 대형 건설사들의 축하 플래카드에서 재건축 사업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이렇게 재건축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시세는 전체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매물의 호가는 13억4000만원, 13억5000만원, 13억8000만원 세 건이다. 세대수가 적어 매물도 적고 거래도 드물다. 올해 실거래는 4월에 신고된 13억3000만원 한 건이다. 이게 최고가다. 그러니 약세로 돌아선 상황에 적정한 시세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30년 넘는 구축이라 ‘올수리’ 여부도 시세에 큰 영향을 준다.  
 
바로 옆 가락쌍용스윗닷홈3차 아파트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 가락쌍용3차는 4개동 206세대로 2005년에 준공해 실거주하기는 더 나은 조건이다.   
 
이 단지는 79~154㎡형으로 구성돼 있는데 105㎡(전용 84㎡)형의 매물 호가는 13억5000만원부터 16억5000만원까지 넓게 퍼져 있다. 고가 매물도 있지만 시세는 14억원 미만으로 볼 수 있겠다. 물론 이곳은 20년도 안돼 재건축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두 곳을 비교할 경우 가락현대6차의 시세가 비싸다고 할 순 없겠지만, 아직 약세장 분위기를 반영한 거래가 나오지 않아 매도자나 매수 대기자 모두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재건축을 계획하면서 추가 분담금을 2억원대 초반으로 예상했다는데 아무래도 증액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3억원으로 가정한다면 약 16억5000만원인 셈이다. 송파구의 신축 아파트치고는 높지 않은 가격인데, 시장의 얼어붙은 심리가 걸림돌이 되고 있어 당분간 적정시세를 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락현대6차와 나란히 선 가락쌍용스윗닷홈3차 아파트. 가락현대6차보다 14년 젊은 단지여서 매매가, 전세가 모두 조금 더 높다. (사진=김창경 기자)
 
가락현대6차와 가락쌍용3차와 마주보고 있는 국립경찰병원. 왼쪽 건물이 병원 주차장이며 병원 너머에 3호선 지하철역이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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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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