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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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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K-OTC 저평가주 넘치는데…시장은 ‘외면’

동양건설산업 2년 연속 PER 1배 미만

2024-04-18 02:00

조회수 : 9,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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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K-OTC 등록기업들이 장기간 방치돼 있습니다. 증권사를 통해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외 주식시장으로 저평가 기업도 많지만 시장에서 외면받아 거래가 극히 저조합니다. 한 해 순이익보다 시가총액이 적은 비정상이 일상이 됐습니다. 시장을 운영하는 금융투자협회는 기업설명회(IR) 등 활성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입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K-OTC 시장의 주식 거래량은 59만주, 거래대금은 26억원에 그쳤습니다. 139개사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지만 거래가 극악한 수준입니다. 주식 거래가 단 1주도 없는 종목이 수두룩합니다. 올해 들어 하루 거래대금이 적은 날은 2억원이 채 안 됐고 많은 날도 17억원이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에 대한 평가도 박합니다. 2023년 사업결산이 끝난 지 오래고 실적에 따라 상장기업들은 일찌감치 주가로 평가를 받았으나, K-OTC 등록기업들은 딴 세상입니다. 실적이 증가해도 장기간 저평가 상태로 방치돼 있습니다. 주가가 언제 제 가치를 찾아갈지 기약도 없습니다. 
 
대형주도 장내 종목 비해 야박한 평가
 
K-OTC에서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 종목은 SK에코플랜트, LS전선, 세메스 등 3개사가 전부입니다. 이 중 SK에코플랜트는 적자를 기록했고 세메스는 실적이 급감해 주가를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나마 실적에 준한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 LS전선입니다. 순이익 880억원에 비해 시총 1조9421억원은 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내 전력 관련주들이 불을 뿜은 것에 비하면 아쉬운 점도 있겠지만 3월 6만원 초반에서 9만원대까지 올랐으니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를 두고 충분하다는 것은 K-OTC의 다른 종목들에 비하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보다 나은 실적을 올리고도 저평가된 기업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표=뉴스토마토)
 
삼성메디슨은 전년 692억원에서 817억원으로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조금 올랐다가 다시 조정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길게 보면 2015년 이후 10년 가까이 이렇다 할 상승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10년간 증가한 실적과는 동떨어진 행보입니다. 
 
골든블루는 위스키로 알려진 주류업체입니다. 해마다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시총은 내부에 쌓은 미처분 이익잉여금(1091억원)보다 적습니다. 
 
서진캠의 경우 현대차, 기아, 글로비스 등에 OEM으로 캠샤프트를 납품하며 지난해보다 100억원 이상 증가한 22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순이익도 140억원에 달하는데 시총은 477억원에 그칩니다. 
환영철강공업은 업황이 좋지 않았는데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양호했고 순이익은 오히려 증가해 59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장외기업 중에서도 드물게 주당 2000원을 배당했습니다. 시가배당수익률이 7.46%였고 배당성향도 25.6%로 웬만한 고배당 상장기업보다 나은 주주환원을 보여주었습니다. 환영철강공업의 최대주주는 KISCO홀딩스로 고배당 정책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씨엘인터내셔널은 더 저평가된 종목이지만 시총이 작아 눈에 띄지 않습니다. 광통신장비 등을 만들어 KT, SKB, LGU+ 등에 납품하는 기업으로 304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47억원, 순이익 50억원을 올렸는데 현재 시총은 55억원에 불과합니다. 이론상으론 회사를 55억원에 통째로 인수해서 1년만 영업하면 투자금을 거의 건진다는 뜻입니다. 이익잉여금도 94억원에 달합니다. 
 
동양건설산업 PER 1배 미만 '2년째'
 
하지만 씨엘인터내셔널도 동양건설산업에 비하면 낫습니다. 동양건설산업의 PER은 무려 0.86배입니다. 지난해 남긴 순이익보다 시총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동양건설산업도 주식 거래가 매우 적어서 시총이 들쑥날쑥하지만 일단 16일 마감가 기준으론 810억원입니다. 1000억원을 넘는 날은 많지 않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5034억원, 영업이익 949억원, 순이익 912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PER이 1배 미만입니다.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22년엔 영업이익이 무려 1634억원, 순이익은 1438억원이었습니다. 주가는 지금과 비슷했습니다. 
 
여느 건설사처럼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것도 아닙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때문에 충당금을 쌓느라 다들 허리가 휘청이는데, 동양건설산업도 부채가 1000억원 정도 증가해 3090억원을 기록했지만 자본총계가 5766억원입니다. 재무구조가 조금 나빠졌다고 해도 부채비율이 53.5%으로 준수하고,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5272억원에 달합니다. 이런 회사의 시총이 700억원에서 1000억원을 오가는 상황은 비정상임이 분명합니다.
 
K-OTC 시장에 저평가 기업들이 많아도 매수를 추천하는 전문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동양건설산업만 해도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비율이 1.86%에 불과합니다. 주식 거래가 적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시장성이 떨어집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주가가 제 가치를 따라갈지도 기약할 수 없으며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나는 기업이 많은 것도 사실이어서 투자자들로서는 선택이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K-OTC 시장이 사실상 장기간 방치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금투협 관계자는 “지난해 11월에도 기관투자자들을 모아서 3개 기업의 IR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량 기업을 유치해 시장을 키우는 방안에 대해서는 “주식 분산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설명했습니다. 
 
금투협은 등록기업들을 알리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어 K-OTC 시장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실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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