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신태현

htengilsh@etomato.com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단독)조현상의 '수입차', 지분 확보 용도?…계열분리 전쟁 돌입

본업 버금가는 '수입차' 규모…배당금으로 실탄 두둑

2023-07-05 06:00

조회수 : 9,12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효성그룹은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계열 분리가 최대 화두입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 간 심각한 갈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짐도 있습니다. 둘은 지분 경쟁 관계입니다. 그룹 지주사인 ㈜효성 지분 구조를 보면 조 회장이 21.94%, 조 부회장이 21.42%를 보유 중으로, 별 차이가 없습니다.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 지분 9.96%와 어머니 송광자씨 지분 0.48%는 장남인 조 회장에게 승계될 게 유력합니다.
 
이에 대비해 조 부회장은 수입차 사업을 지분 확보 용도로 두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물론 조 회장도 갤럭시아그룹을 따로 뒀지만, 실적만 놓고 보면 수입차 사업에 크게 밀리는 형국입니다. 효성 내에서는 조 회장이 P1, 조 부회장이 P3로 불리며 각각의 라인까지 존재하는 등 물밑 대립 중입니다. 효성가 둘째인 조현문 변호사(P2)는 가문에서 파문된 상태로, 지분 경쟁은 사실상 두 사람으로 좁혀졌습니다. 이는 곧 효성의 주인을 가리는 '전쟁'이기도 합니다.  
 
조 부회장은 지분 확보와 임원 선임 등의 방법으로 다수의 수입차 사업체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차명소유 의혹이 제기된 회사까지 더하면 조 부회장이 챙긴 딴 주머니는 10여곳에 달합니다. 수입차 사업은 효성 본업에 버금갈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조 부회장은 더클래스효성을 통해 배터리 소재 기업인 우전지앤에프까지 인수했습니다. 더클래스효성이 최대 주주며, 조 부회장 배우자와 세 자녀도 이 회사 지분 19.14%를 보유 중입니다. 
 
6월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서밋’ 2차 총회에서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효성그룹)
 
수입차 사업 계열사만 7곳…조현상, 실질적 지배력 행사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등에 따르면 2023년 5월 기준 효성의 전체 계열사 54곳 중 수입차 사업체는 총 7곳입니다. △더클래스효성(벤츠) △신성자동차(벤츠) △효성프리미어모터스(재규어·랜드로버) △아승오토모티브그룹(튜닝업체) △더프리미엄효성(렉서스) △효성토요타(토요타) △FMK(페라리·마세라티) 등입니다. 벤츠는 높은 선호도를 통해 국내 수입차 시장을 호령하고 있습니다. 할인폭도 크지 않아 당연히 마진율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효성그룹 계열사지만, 실질적 소유주는 조 부회장입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더클래스효성과 신성자동차의 최대 주주는 ASC라는 곳입니다. ASC는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93.04%와 42.86%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ASC는 조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입니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매매·임대업을 하는 ㈜신동진은 아승오토모티브그룹과 효성프리미어모터스, 더프리미엄효성 지분을 100% 갖고 있습니다. ㈜신동진의 최대 주주는 역시 조 부회장으로, 지분 80%를 들고 있습니다. 조 부회장은 ASC와 ㈜신동진을 통해 그룹 계열사 5곳을 지배하고 있는 겁니다. 
 
조 부회장은 효성토요타와 FMK에도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조 부회장은 효성토요타 지분 20%를 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21.42% 지분을 가진 ㈜효성을 통해 효성토요타 지분 40%를 행사합니다. 효성토요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규환씨는 더클래스효성 전무 출신으로, 조 부회장 사람으로 분류됩니다. FMK는 조현준 회장의 장인인 이희상 전 동아원그룹 회장이 그룹 해체 과정에서 2015년 효성에 넘긴 회사입니다. 조 부회장이 그해 7월1일부터 FMK 사내이사를 맡았으며, ㈜효성은 FMK 지분을 100%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효성화학 부채비율 9959%, 5년새 33배 치솟아…수입차는 '호황'  
 
효성을 이끄는 4대 핵심 계열사(중공업·첨단소재·티앤씨·화학) 실적은 신통치 않은 데 반해 수입차 사업체는 성장세가 확연합니다. 2022년 기준 더클래스효성 매출액은 1조5261억원으로, 그룹 내 7개 수입차 사업체들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벌어 들였습니다. 이는 같은 해 효성첨단소재 매출액 858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수입차 사업체 7곳의 매출액을 모두 더하면 2조1141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효성 4대 계열사 중 중공업 매출액(2조5897억원)과 화학 매출액(2조2874억원)을 조금 밑도는 수준입니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 간 4대 계열사와 수입차 사업체 7곳의 영업이익을 비교했더니, 4대 계열사 영업이익이 49.95% 오르는 동안 수입차 사업체 7곳은 100.52%나 급증했습니다. 특히 올해의 경우 효성 본업이 심각한 실적난에 처했습니다. 
 
조 부회장은 효성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전 산업자재 PG(Performance Group)장과 효성화학 PG장을 맡았습니다. 재계에선 조 부회장이 첨단소재와 화학을 갖고 계열분리할 것으로 관측합니다. 효성화학의 경우 2018년 650억원 이익에서 2022년 3367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습니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무려 9959%나 됩니다. 2018년 부채비율이 30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33배 치솟았습니다. 조 부회장이 수입차에 한 눈을 판 사이 본업의 성적은 참담했던 겁니다. 
 
수입차 배당금 두둑…그룹 지분 확보 용도 의심
 
수입차 사업은 물건을 만드는 공장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인건비 등 고정비용 지출이 적습니다. 투자도 필요치 않습니다. 오히려 수입차 전시장을 통해 부동산 이익을 노리거나 수입차를 판매할 때 리스·할부 등 금융업과도 연계할 수 있어 재계가 오랫동안 관심을 보인 분야입니다. 재계에서 효성을 필두로 코오롱, GS, KCC정보통신 등이 수입차 사업에 발을 들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조 부회장이 수입차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조 부회장은 그룹 지분 확보를 위해 수입차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실탄'을 마련하는 등 계열분리를 미리 준비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조 부회장은 수입차 사업 호실적을 기반으로 매년 두둑한 배당금을 챙기고 있습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22년 한 해 동안 조 부회장이 그룹 내 수입차 업체들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23억원대로 추산됩니다. 지난해 조 부회장이 그룹으로부터 수령한 연봉은 총 60억3400만원에 달했습니다. 조 부회장은 수입차 사업을 통해 연봉의 30% 가까이를 따로 챙길 수 있었습니다. 
 
서울 송파구 더클래스효성 전시장 모습. (사진=효성그룹)
   
재계 관계자는 "재벌 2·3세가 본업과 제조업을 외면한 채 캐시카우 사업에만 뛰어드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상당한 게 사실"이라며 "수입차 사업은 별다른 기반시설도 없이 완성품만 들여와 돈을 굴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와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수입차 사업은 '눈 먼 돈',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쉽게 돈 버는 길"이라며 "재벌 3세가 할 일이 아니다. 본업을 등한시하고 딴 주머니를 찬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본업 대신 수입차 사업에 치중한다면 주주들 비판이 나와야 정상"이라며 "효성에 주주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수입차 딜러사가 배터리 소재기업 인수…조현상 속셈은?
 
조 부회장의 수입차 사업 지분구조를 살펴본 결과, 흥미로운 대목도 발견됩니다. 수입차 사업체 가운데 가장 핵심인 더클래스효성은 지난해 3월 327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소재 기업 우전지앤에프를 인수했습니다. 우전지앤에프의 지난해 매출액은 164억원 규모입니다. 삼성과 SK, LG 등이 배터리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효성이 배터리 소재 기업을 인수한 건 크게 문제 될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인수 주체가 매우 이례적입니다. 효성 내에는 효성화학과 효성첨단소재 등 배터리와 연계할 수 있는 계열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두고 하필 수입차 딜러사가 배터리 소재 기업을 인수한 겁니다. 
 
특이점은 또 있습니다. 우전지앤에프에 대한 지분 현황입니다. 조 부회장은 자신이 지분 100%를 가진 ASC를 통해 더클래스효성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더클래스효성은 우전지앤에프 지분 60.76%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조 부회장의 장남이 우전지앤에프 지분 11.15%를, 두 딸이 각각 3.72%를 갖고 있습니다. 조 부회장 배우자도 0.56%를 들고 있습니다. 이들이 확보한 우전지앤에프 지분을 모두 더하면 19.14%에 이릅니다. 
 
조현상 부회장이 지분 확보 용도로 수입차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효성은 "효성화학의 실적 저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가스가격 인상 등 외부 시장환경 영향이 크며 티앤씨, 중공업, 첨단소재 등은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면서 "수입차 사업은 별개사업이므로 이와 연관 짓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