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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사실상 피의자 박 대통령 신문 내용은?

2016-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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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 : 미르와 K 스포츠 재단에 기부금을 내라고 기업들을 압박한 사실이 있습니까.
대통령 : 그런 적 없습니다. 한류의 발전과 문화/스포츠 융성을 위해 기업들에게 자발적인 협조를 구한 것뿐입니다.
수사관 : 안종범 전 경제수석에게 ‘기업들에게 기부금을 강요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있습니까.
대통령 : 그런 사실 없습니다. 안 수석이 제 지시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단에 돈을 낸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이득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싫다고 하는 기업들에게 강제적으로 돈을 내라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수사관 : 기업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지급된 돈이 아닌가요.
대통령 : 그들이 부정한 청탁을 한 적도, 제가 어떤 민원을 해결해 준 사실도 없습니다.
수사관 : 그렇다면 기업 총수들을 독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통령 : 총수들을 독려해서 사기를 진작시키고 경제 발전에 좀 더 힘써달라고 했습니다.
수사관 : 정호성 등 비서관들을 통하여 최순실씨에게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문서를 보내게 한 사실이 있나요.
대통령 : 아닙니다. 미완성의 연설문 등을 최순실씨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들어보도록 한 적은 있으나 국가 기밀이나 중요한 외교 문서 등을 유출하라고 지시한 사실 없습니다.
수사관 : 최순실씨가 사용하던 태블릿 PC에 들어 있던 문건들 중에는 외교상 혹은 국가상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는데요.
대통령 :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수사관 : 최씨의 부탁으로 김상률(56) 교수와 김종덕(59) 교수를 대통령교육문화수석과 문화부 장관에 임명한 것인가요.
대통령 : 인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 임명하는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곧 박근혜 대통령에 대하여 참고인 조사를 예정하고 있다고 한다. 100문항 정도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아마도 모든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답은 위와 같이 ‘부인’ 내지는 ‘통치행위’로 귀결될 것 같다. 기업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았지만 그 돈은 전부 미르 재단이나 K 스포츠 재단으로 들어갔을 뿐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각 재단으로부터 특별한 이득을 챙긴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도 없고 이를 대가로 돈을 요구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면, 검찰은 왜 거짓말을 하냐며 반격할만한 카드를 가지고 있을까? 최순실씨에게 미완성의 연설문을 보내라고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나머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한다면, 과연 이를 뒤집을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할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법안’을 1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여, 야가 전격 합의하면서 소위 ‘최순실 게이트’는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야당이 추천한 2명의 후보 중 한 명을 대통령이 특별검사로 임명하고 60여명의 수사 인력이 투입되어 총 120일 동안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로 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과 인사개입, 미르와 K스포츠 재단 모금 관련 의혹,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례 입학 의혹은 물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도를 넘는 전횡이나 최순실 게이트에 관여한 정도 및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과 국정조사 등을 통해 새로 밝혀진 의혹에 대해서도 총망라해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도 파헤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특검법에서 지정한 조사 대상 범위 그대로, 여야 국회의원 18인으로 구성된 국정 조사위원회가 최장 90일 동안 특검과는 별도로 ‘최순실 국정조사’도 하기로 했다고 한다. 현재진행형인 검찰의 특별 수사까지 합치면 하나의 사건에 대해 세 갈래의 강도 높은 수사가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이보다 더 완벽한 진실 파헤치기가 있을까 싶다.
 
예상보다 이른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자칫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부실검증이 아니기를, 그 누구도 더 이상 의심하거나 토를 달지 못하도록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세 가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빈틈없는 검증을 하고 또 해보아도 그 결과가 일치하여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전부 ‘무(無)’라는 확신을 온 국민이 할 수 있게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또 바란다. 최씨 일가의 국정 농단 행위에 대통령이 몸통으로 행위 했다거나 꼭두각시처럼 이용당했다는 상상은 정말로 꿈에서조차 하고 싶지 않다. 100만 명이 운집하여 벌인 비폭력 촛불 집회 후에도 길에 떨어진 촛농 한 점 찾기 어려웠다는 1등급 국민들이 사는 나라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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