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기철

(시론)하향곡선을 바꿀 시민의 힘과 공정사회

2017-02-13 06:00

조회수 : 1,936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곳,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이 공존하는 곳. 깃발은 다르지만 요구는 같고 출신을 다르지만 신뢰가 있는 곳. 이곳은 광장이다. 대한민국의 광장이다. 촛불로 타오르는 대한민국의 광장이다. 이 광장에서 오늘도 우리는 대한민국의 추락하는 현실과 희망을 재확인한다.
 
대한민국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망국에 가까운 추락은 아니지만 모든 객관적인 사정은 좋지 않다. 세계 최고의 저출산 고령화, 낮은데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성장률, 극심한 빈부격차, 부와 가난의 세습, 재벌의 경제력 집중, 일자리 실종, 세대간 대결,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불안한 노동시장, 몰락하는 자영업자, 골목상권 침해, 불공정 경쟁, 중산층의 몰락, 비정규직의 폭발적 증가,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노동조합 조직율 저하, 북핵문제 등 남북관계 불안정, 주변 강대국과의 불화 등 객관적 지표는 우리나라가 하락세로 접어들었음을 보여 준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정부의 권력사유화와 부정부패는 대한민국을 아예 추락하게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추락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되었다. 민주주의 후퇴의 가장 추악한 결과물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과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켜야할 국가 권력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한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목적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도 아니었다. 권력을 사유화해 국가예산으로 재산을 불리는 것이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왕조 말기에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 상향곡선의 가능성도 보고 있다. 희망이라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상향곡선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국민의 힘이다. 벌써 1천만명을 넘어선 시민들이 매주 쉬지 않고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남녀노소 구분도 없다. 깃발은 다양하고, 그래서 구체적인 요구는 다르지만 요구는 하나로 모아진다. 정상적인 나라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이 힘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부정부패, 이명박 정부 이후 벌어진 민주주의 후퇴, IMF 이후 불평등해진 경제성장에 대한 반발, 분노에서 나오는 것이다. 촛불시위의 원인은 깊고 오래되었다. 촛불시위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일단 끝날 것이다. 하지만 촛불의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민주주의를 실질화하고 산업화의 성과를 시민들이 공유할 때까지 촛불의 요구는 충족된 것이 아니다.
 
이번 촛불은 한국 사회를 상향곡선으로 바꿀 만큼 강력하다. 우리 역사에서 축적된 민주역량이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1960년 4월 혁명, 1969년 삼선개헌반대투쟁, 1979년 부마항쟁과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월 항쟁, 1997년 민주정부 수립,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우리는 민주역량을 축적해왔다. 10년의 소주기와 30년의 대주기 동안 축적된 민주역량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통하여 폭발했다.
 
축적된 민주역량은 집회참가자의 수나 평화적인 집회 방식으로도 표현된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촛불의 요구는 정권교체에 머무르지도 않는다. 정권교체를 원하지만, 정권교체만큼 정권교체를 통한 대한민국의 개혁을 원하고 있다. 개혁의 내용도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구체적이고 본질적이다. 깊고 오래된 분노, 오랫동안 축적된 민주역량은 하향국면에 들어선 대한민국을 다시 상향국면으로 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다만 여전히 가능성일 뿐이다. 촛불이 성공한다고 하여 갑자기 상황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다.
 
이것이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다. 객관적인 지표상 대한민국은 뚜렷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향곡선을 반전시킬 객관적이고 외부적인 계기는 없다. 갑자기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리 없고 재벌이 스스로 해체할 이유도 없고 검찰이 개과천선할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국민의 민주역량은 대한민국의 하향곡선을 반전시킬 만큼 강력하다. 대한민국의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를 개혁하기에 충분하다.
 
핵심은 국민들의 높은 민주역량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국민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그것이다. 공정사회가 되어야 국민의 민주역량을 바탕으로 적폐청산과 제도개혁을 할 수 있고 하향곡선을 바꾸어 대한민국 진로의 변곡점을 만들 수 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최기철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