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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현장에서)보수 야당, 안보문제 만큼은 책임지는 모습을

2017-09-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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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경부 기자
보수 정부가 적어도 안보문제만큼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닐 수 있다. 군 출신인 전두환 대통령은 1982년 말 국방과학연구소(ADD) 인력 2598명 중 839명을 무더기로 해고한다. 자신이 실권자로 있던 2년 전에도 수십 명의 핵심인력이 강제 퇴직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미사일개발 담당 인력이었다.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기에, 미국이 인정하지 않으면 정권 정통성을 보장받기 어려웠던 전 대통령이 ADD 규모를 축소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박정희정부의 핵·미사일 개발 움직임에 불편한 심경을 계속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 3일 북한이 단행한 6차 핵실험을 놓고 문재인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보수야당의 공세가 거세다. 특히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대준 자금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쓰였으며 현 정부의 대북 대화·제재 병행노선과 ‘한반도운전자론’이 “전 국민이 핵 인질로 가는 한반도방관자론”(한국당 홍준표 대표)이라는 비판이 계속 나온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했다. 이들의 말만 듣고 보면 자신들은 북한 핵개발 과정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으로 들린다.
 
과연 그럴까. 지금까지 북한이 실시한 6번의 핵실험 중 4번은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이뤄졌다. 그렇다면 북한 핵의 고도화는 보수정부 집권 시기에 중점적으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대북 퍼주기’ 논란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북한에 현금으로 직접 지불한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비료·쌀 등 인도적 지원 물품이 현금으로 전환되지 않았다는 등의 반론이 가능하다.
 
문제는 또 있다. 2009년 오바마정부가 들어선 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의 비핵화를 교환하자는 안을 제시했지만 이명박정부는 이를 막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북핵으로 조성된 안보 정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정치적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정권의 안위와 국민들의 안전을 맞바꾼 무책임의 극치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한국당은 당 강령에 ‘대한민국의 안보는 국민의 생명, 국가 존립, 경제발전의 전제이며 모든 이익에 우선하여 지켜져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해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이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이라면 국회는 활발히 돌아가야 하건만 ‘김장겸의 늪’에 빠진 한국당은 일부 안보관련 상임위를 제외한 9월 정기국회 보이콧을 지속하는 중이다. 지난 4일 ‘북한 제6차 핵실험 규탄 결의안’도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됐으며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또한 자연스럽게 지나쳤다. 안보정당을 표방하는 한국당의 현재 모습이다.
 
올해 초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국회 본회의에 ‘테러방지법’이 직권상정됐지만, 이를 막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당시 텅텅 비어있던 새누리당 의원석을 바라보던 어색함이 다시 떠오른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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