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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음식물 쓰레기로부터의 해방
2020-11-04 06:00:00 2020-11-04 06:00:00
무섭게 쌓이는 설거지도, 티도 안 나는 화장실 청소도 힘들지만, 단 하나를 꼽자면 음식물 쓰레기다. 우리 음식은 유독 음식물 쓰레기도 많이 생기고, 국물 처리도 까다롭고 부패하기도 쉽다. 맛있게 먹을 때야 좋지만,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면 생식이 하고플 정도다.
 
매번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애를 먹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음식물 처리기를 선물받았다. 이 제품은 떡볶이 국물을 넣어도, 먹고 남은 감자탕을 넣어도 약 6시간 동안 고열로 건조시키고 분쇄해 비교적 고운 갈색 가루를 내놓았다. 하수구로 직접 내려보내는 방식도 아니라 환경오염과 위법행위 걱정도 덜고, 자기 전에만 가동시키면 되니 한동안은 ‘인생템’이었다.   
 
1년여가 지난 요즘, 음식물 처리기가 말썽이다. 과일 씨앗이나 껍질을 같이 넣거나 생선 뼈 등을 같이 버리지 않는 거야 사용자가 주의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올 들어 배달음식이 늘어서인지 잘만 작동하던 음식물 처리기의 건조도 예전 같지 않고, 분쇄도 왠지 잘 안 갈리는 것 같은 심증 아닌 확증이다. 기술의 발전속도가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서울 각 가정·공동주택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만 2100톤이다. 음식물 쓰레기 연간 처리비용이 2조원에 달한다. 매년 각 지자체에서는 경진대회도 펼치고 캠페인도 하면서 음식물 쓰레기 감량에 애쓰지만 10% 줄이기도 어려운 현실에, 올해는 코로나 덕분에 오히려 늘었다. 쓰레기 처리시설 중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은 악취로 악명이 높아 지자체마다 골머리를 앓는다.
 
대한민국의 2/3는 아파트에 산다. 아직도 ‘짬통’이라 불리는 통에다가 집단 수거하는 단지도 상당수다. 그나마 깨어있는 단지에선 RFID 방식을 활용한다. 교통카드 찍듯이 음식물 쓰레기 양에 맞춰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지불하는 금액을 줄이려면 물기도 미리 짜야하고 배출량을 줄이게 되니 전체 발생량도 줄게 된다는 모델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RFID는 보조수단이지 직접적인 해결책이 어렵다고 말한다. 현재 지불하는 비용을 원가에 맞추려면 최소 10배 이상은 올려야 한다. 요금이 낮으니 기대했던 감량 효과도 순간 뿐이다. 또 RFID도 결과적으로 통 안에 일정기간 보관 후 수거하다보니 그 안에 부패돼 사료로 활용하기 어렵다.  
 
성북구에서는 일부 단지에 대형 감량기를 보급해 80% 가량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이후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환경오염을 줄이고 있다. 비닐째로 넣거나 제대로 분리배출하지 않는 등 주민 참여부분과 일부 악취 민원만 해결된다면 각 단지별로 감량장치를 설치하는 일은 무엇보다 발생지에서 배출량을 줄이니 가장 이상적이다. 
 
얼마 전 ‘함께 사는 성북마을문화학교’에서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정 내 음식물 쓰레기 저감방안으로 610명이 친환경 음식물 처리기 보급을 꼽았다. 종량제, 무단 투기 적발, 환경교육 등을 모두 제친 결과다. 
 
요즘 식기세척기가 유행하면서 많은 가정에서 설거지로부터 해방되고 있다. 식기세척기도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 음식문화와 안 맞는다고 했다. 가정·단지별 음식물 처리기도 불가능하지 않다.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면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머지 않았다.
 
 
박용준 공동체데스크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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