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패착세력의 헤게모니 오판
입력 : 2020-11-20 06:00:00 수정 : 2020-11-20 06:00:00
무역은 국가와 국가 사이 필요 물품과 자본, 기술 등의 거래활동을 말한다. 특히 무역의 주도권은 그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지배 집단의 리더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무역활동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을 우리는 ‘패권’이라고 지칭한다.
 
인류는 문명을 세우기 이전부터 교역활동을 해왔다. 중앙아프리카 밀림 속 부족 간의 ‘침묵교역’이 대표적이다. 침묵교역은 육류가 필요한 부족과 곡물이 필요했던 부족 간의 무역형태에서 엿볼 수 있다. 특정 장소에 자신의 물품을 놓고 간 후 상대방 부족이 맘에 들면 가져가고 맘에 들지 않으면 자신의 물품을 가지고 돌아가는 형태에서 비롯됐다.
 
특히 15세기부터 유럽인들의 신항로 개척이나 신대륙 발견이 활발하던 대항해시대는 해상실크로드의 팽창과 무역확대의 전개시기로 꼽힌다. 사프란, 후추, 육두구 등 향료를 차지하기 위한 유럽의 강대국 사이에서 작은 네덜란드가 해상무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작은 범선을 활용한 빠른 배와 상인 중심의 귀족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다.
 
당시 흑사병이 창궐한 유럽에서는 육두구가 약용로 설파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품목으로 대두됐다. 발 빠른 네덜란드 상인들이 육두구를 독차지했고, 17세기 후반 영국과 네덜란드는 향신료 무역을 둘러싼 갈등으로 기나긴 영란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소형범선 중심의 네덜란드 함대는 번번이 패배했고, 부르주아 윗선들은 대형 군함 건조를 허락하지 않는 오판을 범했다.
 
그로부터 수세기가 흐른 지금, 뉴 노멀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인류에 닥친 현실은 흑사병 약용을 위해 육두구를 찾아 나선 대항해시대의 패권보다 더 암울할지 모른다. 감염병과 기후변화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를 보면, 극지연구팀은 빙하의 녹은 물이 유입되는 22년 후부터 50여 년간의 온도 상승은 한반도 등 동아시아에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었던 일본의 경우는 항만 기능의 상실로 공급사슬 마비와 기업에 큰 충격을 경험한 바 있다.
 
수출입물동량 97%가 해상운송인 한국경제로서는 뱃길이 끊길 경우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국의 조선·해운산업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의 마틴 스토포드 이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2050년까지 연 평균 해상 물동량의 증가율을 최대 2.0%까지 예측하고 있다. 해양기관들이 앞 다퉈 안전한 뱃길을 제공할 수 있는 자율주행 선박과 항만시설 재해예방 대책을 서두르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치 않다.
 
그럼에도 고군분투하는 이들과 달리 금융 논리만에 매몰돼 국가기간산업인 해운 경쟁력을 하루아침에 날려먹은 무지의 그림자는 아직도 잔존하고 있다.
 
어느덧 한진해운의 파산 사태는 3년의 시간이 흘렀다. 해운재건을 위해 바통을 이어받은 현 정부의 노력은 HMM 출범과 동시에 침몰하던 한국해운의 부활시기를 앞당겼다.
 
그러나 수출 선박의 부족과 해상 운임 상승의 ‘이중고’는 또 다른 통증이 되고 있다. 결국 한진해운을 파산으로 이끈 당시 금융권의 오판이 ‘적재능력 반토막’이라는 선박대란을 자행한 꼴이 됐다.
 
그런 그들이 빅딜 오판으로 패권 경제에 또 다른 패착을 자행하는 것은 아닐는지 되묻고 싶다. 
 
이규하 정책데스크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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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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