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모신 시민분향소…혹한·폭설 뚫고 추모 발길 이어져
희생자 76명 영정·위패 안치…"사진·나이 보고 믿기지 않아"
분향소 옆 반대 보수 단체에 "희생자·유족에게 예의 아냐"
16일 49재 시민추모제 예정…"우리를 기억해주세요"
2022-12-15 17:44:03 2022-12-15 17:57:58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이태원 참사 49재 추모제를 하루 앞둔 15일,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직접 마련한 이태원 광장 시민분향소에는 눈발이 심하게 흩날리는 상황에도 추모를 위해 방문한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날 오후 서울 녹사평역 3번 출구 인근에 있는 이태원 광장 시민분향소에는 각 지역 시민들이 보내온 근조화환이 여러 개 놓여있었다. 이 화환에는 "국민은 유가족과 함께 합니다", "미안합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등 희생자들을 향한 추모글이 적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름이 적힌 근조화환도 그 옆 자리에 있었다. 시민분향소 천막 밖에는 유가족들이 "국화를 받아 제단에 헌화해주시고,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길에 함꼐해달라"는 내용이 써져있다.
 
이날 오후 시민들은 눈발이 심해지는 기상 악조건에도 꾸준히 분향소에 발길을 이었다. 시민들은 분향소에서 나눠주는 국화꽃을 차례대로 받아 헌화하고 분향을 하면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앞서 참사 직후 일주일 동안 정부가 주도했던 국가추모 기간에는 합동분향소에 희생자들의 위패와 영정이 없었지만 이번 분향소에는 76명의 희생자 영정사진이 안치됐다. 사진 아래 희생자의 이름과 생년월일도 써있다. 총 희생자 158명 중 유족이 영정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희생자 영정에는 국화꽃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추모객들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희생자 영정을 하나 하나 보면서 애도의 마음을 표했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시간을 내 분향소를 찾았다는 20세 이준서 씨는(서울 마포구 상암동) "비슷한 또래들이 청춘을 즐기고 싶어서 나갔는데 참사를 겪어서 마음이 너무 안좋다"며 "영정 사진이랑 생년월일 등이 얼굴이랑 매치된 걸 보니까 젊으신 분들인데 너무 어이없게 돌아가셨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도 않고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분향소 바로 옆에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신자유연대 관계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천막을 설치한 뒤 천막 앞 차량을 주차해 놨다. 차량에는 '이태원 참사 추모제 정치 선동꾼들 물러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관악구에 거주 중인 이모 씨(29)는 "유가족분들이 직접 추모하고 싶어서 설치한 분향소이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방문해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공간인데 정치적인 목적으로 연관지어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며 "추모하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도 옆에 반대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온전히 애도에 집중하기 어렵고, 참사 희생자, 유족들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된 이 분향소는 이태원 참사 49재가 개최되는 오는 16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6일 저녁 6시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잊지 말아주세요'를 주제로 49재 시민추모제를 연다.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시민추모제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추모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보며 이번에 제대로된 추모를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 하려한다"며 "추운 날씨지만 함께 해주면 좋겠다"고 참여를 당부했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3번 출구 인근 이태원 광장에서 새로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방문한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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