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특별법, 이번주 정부 이송…유가족 “거부권 행사 반대”
정부·여당 ‘정쟁용 법안’ 주장에 반박
“특별법 통해 진상규명 제대로 이뤄져야”
2024-01-16 16:45:42 2024-01-16 17:57:35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국회 문턱을 넘은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정부 이송 즉시 윤석열 대통령은 법안을 공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회가 오는 19일 특별법을 정부에 이송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특별법이 총선 정쟁용으로 특조위 구성과 조사범위 등에서 편향됐다는 겁니다.
 
이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특별법에 대해 정부·야당이 제기한 쟁점들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특별법을 두고 ‘무소불위 권한’을 가졌다며 거부권 행사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며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협상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의힘 요구안을 상당수 반영했지만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10문10답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유가족들은 특조위 구성이 편향적이라는 여당 지적에 대해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원 11인은 여당과 야당이 각 4인을 추천하고,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해 3인을 추천한다”며 “비상임위원은 8명이지만, 상임위원은 3인으로 과거 설립됐던 다른 특조위보다 그 수가 적다”고 반박했습니다.
 
여당은 또 특별법이 정한 특조위가 검찰 수준의 과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유가족들은 “특조위가 검찰과 비슷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특조위는 말 그대로 조사기구로 검찰이 가진 수사권이나 기소권이 없다”며 “과거 유사한 조사기구들이 가졌던 것과 동일한, 최소한의 권한을 보장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특별법을 통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진상규명이 필요없다는 주장에 대해 “경찰 특수본 수사에서는 일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관련자만을 기소했을 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은 아직 기소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회 국정조사도 단 28일 동안 출석 자체를 회피한 인사들이나 자료 미제출 등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 거부권, 국민 과반은 ‘반대’
 
더 나아가 “왜 이번 참사 전에 예방활동을 하지 못했는지, 당시 인파 밀집을 예견하고서도 인파 안전관리 인력배치에 소홀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왜 구조활동이 지지부진해 다수 사망으로 이어졌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얻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까지 밝혀져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이태원 특별법을 정쟁에 이용하지 말기를 당부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여당은 야당이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총선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참사를 정쟁화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특조위 조사를 통해 유가족들이 가진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특조위 설립 자체를 반대해 여론의 반대를 지속시키는 것보다 국민 통합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국민 절반 이상은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4%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자세한 조사내용과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서치통 누리집 참조).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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