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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상환용' 주식 상장 늘어
채무상환 유증 이어 채무상환 IPO도 늘어
이자비용 부담에 공모자금으로 ‘빚 청산’
2024-04-18 15:54:10 2024-04-18 18:24:32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기업들이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자 채무를 갚기 위해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IPO를 완료했거나 현재 IPO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발행한 12개 기업(스팩 제외) 가운데 5개 기업은 IPO로 조달한 자금 일부를 채무상환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표=뉴스토마토)
 
통상 IPO가 원활한 자금조달과 미래성장을 위해 진행되는 만큼,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IPO를 추진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해 1분기 국내 증시에 상장한 16개 기업 중 자금사용 목적에 채무상환이 포함된 기업은 3곳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IPO 기업들이 조달자금을 채무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것은 고금리·고유가·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채무상환 자금을 마련한 기업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과 함께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자 기업들도 대출을 조기상환해 이자비용을 줄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증을 통해 상장기업들이 조달한 자금 7조2572억원 중 2조1556억원(29.70%)이 ‘빚 갚기용(채무상환)’으로 사용됐습니다. 이는 전년(1조1155억원) 대비 93.2% 증가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전체 유증 금액이 전년 대비 1조3321억원(15.5%) 줄어든 것과도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올해 상장한 새내기주와 예비 새내기주 중 자금조달 목적에 채무상환을 기재한 기업은 제일엠앤에스와 스튜디오삼익, 씨어스테크놀로지, 하스, 노브랜드 등입니다. 특히 제일엠앤에스는 IPO를 통해 조달하는 순수입금 519억원 가운데 295억원(56.9%)을 채무상환에 사용합니다.
 
제일엠앤에스의 경우 그동안 신규투자 등을 위한 자금을 대부분 차입금으로 조달했습니다. 이를 통해 매출이 증가했으나 회사의 부채도 크게 늘었습니다. 2022년 282.0%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45.6%까지 올랐습니다. 회사는 “공모로 조달된 자금으로 위의 차입금을 상환해 이자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튜디오삼익은 순수입금 149억원 중 23억원(15.3%)를 채무상환에 사용합니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133억원 중 33억원(24.8%), 하스는 162억원 중 45억원(27.7%)을 빚 갚는 데 쓸 예정입니다. 노브랜드의 경우 103억원(희망공모가 하단 기준) 중 8억5300만원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인데 운영자금 목적에 채무상환이 포함됐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모하는 새내기주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당장 큰 자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로 여유자금을 마련해 두려는 기업들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조달한 자금을 대부분 채무상환에 이용하거나 예치하는 것은 IPO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고금리·고유가·고환율 등 3고가 겹치며 공모자금으로 채무상환에 나선 기업들이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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