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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551일 만에…진상규명 '첫발'
윤 대통령 거부권 93일 만에 국회 재통과
찬성 256표·반대 0표…총선 민의가 낳은 결과
시행령 개정·예산 편성 등 난제 남은 특별법
2024-05-02 16:31:47 2024-05-02 20:58:42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일명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2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551일 만에 진상규명을 위한 '첫발'을 다시금 내디뎠습니다. 여야가 합의로 이끌어 낸 결과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도 수정 법안을 수용해 유가족의 한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거부권 법안' 중 유일하게 생존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재석 259명 중 찬성 256표, 반대 0표, 무효 3표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의결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6개월여만이자,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지 93일 만의 결실입니다. 윤 대통령이 지금껏 거부권을 행사한 9개 법안 중에서는 유일하게 여야 합의를 통해 재통과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앞서 국회는 이태원 참사의 발생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지난 1월 9일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는데요. 같은 달 30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동하며 다시 공은 국회로 되돌아왔습니다. 
 
이후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야권에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재통과를 촉구하며 정부와 야당을 압박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참패를 한 4·10 총선 이후에는 이 같은 목소리가 더욱 커졌습니다. 
 
지난달 29일 성사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서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핵심 의제 중 하나였습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주시면 좋겠다"며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 진상을 밝혀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다.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지만, 윤 대통령은 '독소조항' 등을 이유로 사실상 수용을 거부했습니다. 
 
평행선을 걷던 여야는 지난 1일 전격적으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여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독소조항으로 꼽았던 '불송치 또는 수사 중지된 사건 조사',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 등의 조항이 야당의 양보로 삭제된 것입니다. 또한 특조위 위원장은 당초 민주당의 주장대로 여야 '합의'가 아닌 '협의'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위원장 외 8명은 여야가 각각 4명씩 추천합니다. 활동 기간도 민주당 뜻대로 우선 1년 이내로 정하고, 3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야 간 합의를 본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이날 오전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연달아 통과한 데 이어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20여명도 이날 본회의장에서 법안 처리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특조위 1년 이내 가동…일각선 '실효성 의문'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된 직후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권에서는 일제히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이 한 치의 의문도 남기지 않고 철저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는데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도 지금까지 못지않게 험난합니다. 우선 본격적인 법 집행을 위해 시행령 개정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이후에는 예산과 인력이 편성돼야 합니다. 
 
여야 합의를 이끌어 낸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과거 세월호 진상규명조사위원회 등의 경우를 보면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굉장히 많은 어려움이 있고 인력을 배정받거나 예산을 배정받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정부와 여당이 동의하고 합의한 만큼 향후 이러한 프로세스가 차질 없이 신속히 진행 돼 가족분들이 거리에 나서서 '제대로 법이 집행돼야 한다' 하소연을 안 할 수 있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영장청구 의뢰권 등이 빠진 점 등을 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도 있습니다. 박 부대표 역시 "(여당의 요구대로) 조항을 삭제한 것은 법이 집행될 때 정부와 여당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민주당이 공언한 대로 '전세사기 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안)도 처리됐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본회의 부의의 건은 재석의원 268명 중 찬성 176명, 반대 90명, 무효 2명으로 가결됐고, 채상병 특검법은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의원 168명 중 168명 찬성으로 의결됐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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