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 당근거래 막는다”는 금융위 ‘인식 부재’
1주 있으면 전문종목도 거래 가능…꼼수 막겠다는 금융위 헛발질
전문-일반종목 분류도 투자위험과 동떨어져
2024-06-15 06:00:00 2024-06-15 06:00:0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융위원회가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온라인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주주 인증용 1주 거래'를 막기 위해 고심 중인데요. 금융위가 이런 해프닝이 벌어지게 제도를 만들어놓고 이제와 다시 규제를 하겠다고 하니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전망입니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현재 두나무, 서울거래가 운영하는 온라인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비상장', '서울거래비상장'에서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패션 플랫폼 '무신사' 등 전문 주식으로 분류된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주주 인증용 1주 거래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두나무, 서울거래가 운영하는 온라인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 등 전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주주 인증용 1주 거래에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주 인증용 주식이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에서 증권플러스비상장, 서울거래비상장 등의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같은 곳에서 주식을 사고팔지 못하게 막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존에 해당 비상장 주식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에 한해 그 종목 거래를 허용한 것인데, 당근마켓 등에서 1주를 산 투자자가 기존 보유자로 인정되는 것이 문제"라며 "기존 보유자의 보유 시점이 잡히지 않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촌극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가 얼마나 전문적인지 여부가 아니라 누가 먼저 샀느냐, 나중에 샀느냐를 가지고 투자 가능 여부를 나누는 건 촌극"이라며 "전문 플랫폼이 등장하기 훨씬 오래 전부터 비상장 주식 거래는 많이 이뤄졌는데 해당 중고마켓만 막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개인간의 주식 거래에 금융위가 끼어드는 것도 이상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문투자자 요건 피할 수 있는 꼼수 
 
당근마켓 등의 주식 거래를 막겠다는 금융위의 현실감 떨어지는 규제로 인해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주주인증용 1주를 사려는 해프닝만 이어지고 있다. (사진=중고나라)
 
중고마켓에 올라오는 주주 인증용 1주 거래가격에 시세보다 비싼 웃돈이 붙는 이유는 까다로운 전문 투자자 요건을 우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금융위는 두나무와 서울거래를 혁신 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하면서 비상장주식 거래 중개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허용했습니다. 그러자 장외시장에서 시세를 조정한 후 비상장주식 플랫폼에 시가를 높여 물량을 떠넘기거나, 일부 주주가 자전거래로 주가를 띄우는 사례가 반복되는 등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이에 지난 2022년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재무 현황 등이 공개되지 않은 전문 주식에 한해 일반투자자가 아닌 전문 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게 보호 장벽을 세웠습니다. 장외주식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투자 경험이 풍부하거나 충분한 정보를 알 만한 사람들만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전문 투자자 요건은 꽤 까다로운데요. 최근 5년 중 1년 이상 금융투자상품 평균 잔고 5000만원 이상(월말 기준)이 필수 요건입니다. 여기에 더해 직전 연도 소득액 1억원(부부 합산 1억5000만원) 이상, 회계사·변호사·투자자산운용사 등 전문가 자격 1년 이상 보유, 순자산 5억원 이상(기혼자는 부부 합산) 등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합니다.
 
다만 이미 해당 주식종목을 1주 이상 갖고 있는 기존 주주는 전문 투자자 여부와 상관없이 거래가 가능합니다. 기존 주주는 해당 기업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을 거라 판단해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한 것입니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주주 인증용 1주는 금융위의 규제를 무력화시키는 통로가 됐습니다. 1주만 있으면 까다로운 요건을 비켜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1주 거래' 편법을 낳은 전문 종목과 일반 종목 분류도 투자 위험도에 따라 접근을 나누겠다는 금융위의 의도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경우 상장기업에 준해 투자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해당 기업이 요청한 경우에만 일반 종목으로 전환시켜주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예를 들어 증권사들의 은행으로 불리는 우량기업인 한국증권금융의 경우 매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필요한 정보도 공시하고 있지만 해당 기업의 요청과 동의가 없어서 전문 종목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관계자는 "재무재표와 관련 공시가 충실한 기업 가운데 일반 종목으로 변경하고 싶다고 요청을 하는 곳만 전문 종목에서 일반 종목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전문 플랫폼이 아니어도 38닷컴, 피스톡(Pstock) 등 비상장 주식 거래를 전문 중개하는 인터넷 업체가 많아 사실상 이같은 규제가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장외에서 벌어지는 개인간 주식 거래를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오히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을 역차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근마켓 등의 주식 거래를 막겠다는 금융위의 현실감 떨어지는 규제로 인해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주주인증용 1주를 사려는 해프닝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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