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⑤(단독)10명 중 4명은 우울감…20% "자살 생각까지"
"일생생활 지장 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느꼈다"
'외롭고 우울해서'·'경제적 희망이 없어서' 자살 생각
2024-07-19 06:00:00 2024-07-19 06: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유근윤 기자] 쪽방촌 거주자 10명 중 3~4명은 우울감을 느끼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엔 전체 거주자 중 44.1%가 슬픔과 절망감을 느꼈다고 응답했습니다. 나홀로 지내는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쪽방촌의 특성 상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 등이 우울감을 키우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도 꾸준히 20%를 넘겨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일자리 지원 등으로 삶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종합적 지원책 마련이 절실해졌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최근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쪽방촌 거주자 10명 중 3~4명가량이 우울감을 느끼는 걸로 집계됐습니다. 이 또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각성이 컸습니다. '최근 1년간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매년 30~40%가량이 '그렇다'고 답한 겁니다.(2014년에는 우울감에 대해 조사하지 않아 집계에서 제외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울감은 기분의 저하와 함께 생각의 형태·흐름이나 내용,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합니다. 우울감이 장기화되면 우울증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5년 30.1% △2016년 26.2% △2017년 31.9% △2018년 32.5% △2019년 38.3% △2020년 33.5% △2021년 44.1% △2022년 36.0% △2023년 38.2%였습니다. 특히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우울감을 호소한 비율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19년부터 우울감을 겪는 비율이 40%에 육박했으며 2022년에는 44.1%까지 치솟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쪽방촌 건물구조와 주거환경,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거주자들이 우울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지적합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상담활동을 하는 A씨는 "거주자 중에선 정신과 진료를 받는 분들도 적지 않다. 쪽방촌은 건강한 사람까지도 우울해지고 병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좁고 낡고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오는 우울감, 어쩌면 이곳에서 평생 지내야 하는 절망감이 크다"면서 "무엇보다 주거환경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쪽방촌 거주자 가운데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2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습니다. 2015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거주자는 20.0%였으며, 2023년에도 22.1%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에는 쪽방촌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유를 조사했습니다. 이들은 △외롭고 우울해서(32.9%) △경제적 희망이 없어서(27.8%) △질병으로 힘들어서(27.1%) △경제적 어려움(24.7%) △가족과의 불화(2.4%) △기타(7.1%) 순으로 자살을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시청이나 구청에선 정신질환 예방·치료, 정신질환자의 재활을 목표로 정신건강복지센터 진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영등포 쪽방촌에서 상담활동을 하는 B씨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주민센터 등에서 안부 확인을 하고 있지만, 통상 전화로 안부를 물어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울감을 조기 발견하고 진단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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