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에 국민 이자 부담↑…은행만 웃는다
시장금리 인하 속 인위적 금리 조정 우려
은행 가산금리 확대…이자이익만 늘어날 듯
2024-07-19 06:00:00 2024-07-19 08:05:03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금융당국이 늘어나는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를 요구하자 은행들이 줄줄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은 가장 손 쉽게 대출량을 관리하는 방법인데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물론 전세자금대출 금리까지 올리면서 은행 수익은 늘어나지만 그만큼 이자를 더 갚아야 하는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커졌습니다. 
 
당국 압박에 대출금리 줄인상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잇달아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1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변동·혼합형(고정) 금리를 0.2%포인트 올렸습니다. 지난 3일 주택담보대출 0.13%포인트, 지난 11일 전세자금대출 0.2%포인트 인상에 이은 세 번째 인상입니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 가계 주담대 감면 금리 폭을 최대 0.2%포인트 축소했습니다.
 
우리은행도 지난 12일에 이어 오는 24일 가계대출 금리를 추가 인상합니다. 5년 변동금리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상향조정합니다. 아파트 외 주담대 중 5년 변동금리 상품 대출 금리도 0.15%포인트 인상합니다. 전세자금대출인 우리전세론 2년 고정금리 상품도 0.15%포인트 높입니다. 신한은행은 이달 22일부터 은행채 3년물·5년물 기준금리를 0.05%포인트 올리기로 했습니다. 
 
대출금리의 근거가 되는 시장금리는 하락세입니다. 고정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17일 기준 3.323%입니다. 6월17일 3.506%, 5월17일 3.742%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지수)도 지난달 소폭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1월부터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달보다 0.04%포인트 떨어진 3.52%를 기록했습니다. 
 
시장금리의 하락은 은행의 조달 비용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입니다.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가감조정금리를 빼 산출됩니다. 이 중 가산금리는 업무원가(인건비 등), 법정비용(보증기관 출연료 등), 위험프리미엄, 기대 수익률 등으로 구성됩니다.
 
은행이 자체 책정하는 가산금리를 올려 인위적인 금리 조절에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가산금리는 오르지만 수신금리는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예대마진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시장금리가 지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목표한 수준의 대출 수요 축소를 위해서는 이후 추가적인 가산금리 상승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은행권 수신금리는 하락세입니다. 국민은행은 지난 1일 KB스타 정기예금 금리를 0.1~0.2%포인트 내렸습니다. 우리은행은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0.05~0.3%포인트 낮췄습니다. 하나은행의 경우 최근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을 비롯한 6개 적금의 금리를 0.2~0.6%포인트 낮췄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가산금리 체계 개선 요원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은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입니다.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3415억원 증가했습니다. 2021년 7월 6조2000억원 증가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입니다. 집값 상승과 맞물려 주택담보대출 수요 위주로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9월로 미뤄지면서 당국은 은행의 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 수요 축소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불투명한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공언은 허언이 되고 있습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가산금리를 개선하겠다고 지속해서 강조한 바 있습니다. 불투명한 가산금리 책정으로 인한 과도한 이자이익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가산금리를 산출하는 데 합당한 사유 없이 은행별로 편차가 크거나 적정기준을 넘어서는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고, 필요시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정책적 필요가 생길 때마다 별 다른 개선 없이 가산금리를 지속해서 활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가산금리 산정기준이 불투명한 탓에 은행별 가산금리는 천차만별입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가산금리는 2.42~3.69%입니다. 가장 높은 국민은행과 가장 낮은 신한은행 간 차이는 1.27%포인트입니다. 산정 기준 또한 은행마다 다른 데다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가산금리 구성 항목을 대외에 공시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21대 국회에 발의됐던 은행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가계대출 가산금리 항목에서 교육세와 각종 법정 출연금을 제외하고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의무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은행권 입장에서도 오락가락 금리 정책에 혼란스럽다고 토로가 나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스트레스 DSR 규제도 미뤄둔 상태에서 은행에만 금리 올려서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라 당황스럽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세 속도조절로 인해 은행권이 가계대출 금리를 줄지어 인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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