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준감위, 삼성 7개사 대표 회동…한경협 회비납부 결론못내
이찬희 "한경협, 정경유착 끊을지 근본 문제 제기"
대표 간담회서 '노사 문제' 집중 논의…노조, 임금교섭 하루 전 집회
2024-07-22 14:39:25 2024-07-22 17:33:12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22일 삼성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비 납부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동시에 협상 교착상태에 놓인 노사문제에 대한 신속한 해결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 직후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되었는지에 대해 위원들의 근본적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회비 납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리는 삼성 준감위 3기 정례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찬희 준감위원장 "정경유착 고리 끊겼는지 의문"
 
한경협은 지난 4월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에 35억원의 회비 납부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현재 각 그룹은 회비 납부 시점 등을 고심 중입니다.
 
이 위원장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한경협으로 변한 이유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한 취지였다"며 "지금 상황이 인적 구성이나 물적 구성에 있어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겼는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것은 한경협 스스로가 한 번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지, 시스템적으로 그게 가능한지를 검토해 (한경협 회비 납부에 대해)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은 회비 납부 전 준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준감위는 지난해 8월 삼성의 한경협 가입 권고를 승인하면서 정경유착 방지와 회비 등을 부정하게 사용할 경우 탈퇴할 것을 전제로 내걸었습니다.
 
한경협의 경우 지난해 5월 전경련에서 한경협으로 명칭을 변경한 뒤 혁신안의 일환으로 윤리위원회 설치를 정관에 규정하고, 윤리헌장을 채택했습니다. 류진 한경협 회장도 취임사를 통해 "부끄러운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나아가지 못한다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위원장은 삼성의 한경협 복귀 후에도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였다는 과거의 폐해를 극복하고 경제인들의 대표 단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삼성을 통해 철저한 준법 감시를 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혔습니다. 
 
이날 준감위 회의에서 삼성의 한경협 회비 납부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최종적으로 결론 내지 않으면서 한경협의 혁신 작업이 삼성 등 주요 기업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이 회비 납부를 보류하면서 SK, 현대차, LG 등 다른 그룹들의 납부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주요 기업들은 준감위 발표를 비롯해 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보고 있는 상황으로, 아직 자체 결론은 내지 않은 상태입니다.
 
정례회의 후 이 위원장과 준감위원장들은 이날 서초사옥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생명보험·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간담회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이 자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한경협 회비 납부 문제를 비롯해 노사 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사 문제, 삼성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 
 
앞서 이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 전 "노사 문제는 삼성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례회의 후 실시하는 7개 관계사 간담회에서 "노사 문제를 포함한 삼성의 여러가지 준법경영에 관한 문제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간담회를 마친 후 '노사관계 해법과 관련해 도출된 게 있느냐'는 물음에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한 건 아니다. 원칙론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준감위가 회사에 건의할 수 있는 내용은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오늘 간담회 이후로 각사에서 하나씩 절차를 밟아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초부터 이어진 임금교섭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창사 이래 '첫 파업'이라는 극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총파업 2주차에 접어든 삼성전자 최대 규모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이날 경기 용인시 삼성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총파업 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노사 임금 교섭을 하루 앞두고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전삼노는 파업 목적을 '생산 차질'로 규정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핵심 사업장에서 쟁의활동을 벌여왔습니다.
 
노사는 23일 재개될 교섭에서 임금 인상률과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 4대 쟁점을 테이블 위에 올려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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