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김건희' 외면한 채…'세대 갈등' 연금안
윤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 국정 브리핑
세대별 보험료 인상 차등·자동안정장치 도입
'세대 간 공정성' 의문…중장년층 반발 예상
2024-08-29 16:45:57 2024-08-29 18:36:4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두 번째 국정 브리핑에서 국민적 의혹이 가득한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선 특단의 대책 없이 '4+1(연금·교육·노동 ·의료개혁 및 저출생 대응) 개혁' 청사진만 제시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4대 개혁 완수 의지를 드러내며 각 과제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는데요. 가장 주목을 받은 연금개혁과 관련해선 국민 노후 소득 보장 체계인 '국민연금 구조개혁'에 나설 것을 공식화했습니다. '윤석열표' 연금개혁의 핵심은 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세대별로 내야 하는 보험료를 차등화하고, 기금이 고갈될 상황이 되면 납부액 ·수급액 등을 자동 조정하는 장치를 도입하자는 게 골자입니다. 
 
하지만 연금을 받을 날이 많이 남은 청년층은 보험료를 덜 내고, 당장 연금을 받게 되는 중·장년층은 더 내도록 하자는 구상에 대해 '세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세대별 차등 보험료율 적용은 윤 대통령이 강조한 '세대 간 공정성'이 아닌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더불어 자동안정장치 도입도 기본적으로 소득대체율을 낮춰 '연금을 덜 주겠다'는 방안이어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청년층 수긍할 연금개혁 추진"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개혁은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절체절명의 과제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며 "정치적 유불리만 따진다면, (개혁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편한 길이다. 저는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고, (이것이) 국민 여러분께서 저에게 맡겨주신 소명을 완수하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4대 개혁 완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큰 틀에서 연금개혁을 이루겠다고 전했는데요. 연금개혁의 3대 원칙으로는 '지속 가능성·세대 간 공정성·노후 소득 보장'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인은 가난하고 청년은 믿지 못하는 지금의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다양한 제도를 함께 개혁하고 혁신해서 청년들에게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기금 소진 연도를 8∼9년 늘리는 모수 조정만으로는 안 된다"며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 조정과 함께 기금 수익률을 높이고,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연금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며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보험료를 내고 연금은 가장 늦게 받는 청년 세대가 수긍할 수 있는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다양한 제도를 함께 개혁하고 혁신해서 서민과 중산층의 노후가 두텁게 보장되도록 하겠다"며 "기초연금은 월 40만원을 목표로 임기 내 인상을 약속하고, 생계급여가 깎이는 어르신들의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해 감액하던 금액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더불어 "퇴직연금은 실질적인 노후소득이 되도록 역할을 강화하고, 개인연금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며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개혁안을 발표하겠다. 국회도 논의 구조를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공정성' 의문…"세대 간 불평등 초래"
 
윤 대통령은 이날 약 124분 간의 국정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청년'만 9번을 언급했습니다. 베일을 벗은 연금개혁 방향 역시 '청년'을 위한 연금개혁의 뜻을 분명히 했는데요. 그는 세대별로 보험료율을 차등 적용해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예컨대, 보험료율 13~15% 인상 시 장년층은 10년에 걸쳐 인상률에 도달하도록 하는 반면, 청년층은 20년에 걸쳐 인상률에 도달하도록 해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세대를 어떻게 나눌지, 연간 보험료율을 어떻게 설정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윤 대통령은 '세대 간 공정성'이라고 강조하지만, 민간에서는 '세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세대별 차등 보험료율 적용은 개인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부담하는 사회보험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소득이 많아도 젊다는 이유로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하고, 소득이 적어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것이 '세대 간 공정성'을 고려한 조치가 맞냐는 의구심과 함께 중장년층 반발이 예상됩니다. 때문에 '세대별'이 아닌 '소득 구간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나옵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의 연금제도가 세대 간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는데,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소득대체율을 도출하고 세대 간 공평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대변인도 "연금개혁 방향에서 국민이 바라는 소득보장 강화 방안은 찾을 수 없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자동안정장치 도입도 스웨덴, 일본 등 이미 도입한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국민연금 급여액이 충분치 않아 도입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기본적으로 소득대체율을 낮춰 '연금을 덜 주겠다'는 방안이어서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변수는 다양하지만 연금 급여가 급격하게 낮아질 우려가 있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 공간에서 국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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