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물가 불안, 실질적 안정대책 절실"
농산물 수확철 추석, 설보다 가격 불안 높아
역대 최장 열대야 기록…이상 기후에 가격은 더 '출렁'
"이상 고온에 맞는 농사기법 발전…수급 안정에 총력"
2024-09-03 15:57:10 2024-09-03 17:24:27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매년 추석 시기를 전후해 물가 불안 증폭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뾰족한 해법 마련이 미흡한 데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물가 안정화를 천명하고 나섰음에도 계속되는 물가 불안정에 민생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폭우,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널뛰기로 전반적인 수요 예측과 수급량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131.29로 전월 대비 5%,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습니다. 품목별로 시금치(62.5%), 호박(48.6%), 상추(41.4%), 부추(39%), 배추(37.6%), 수박(31.3%), 참외(23.1%) 등 일부 과일과 채소 물가가 한 달 전보다 크게 뛰었는데요. 추석이 다가오면서 선물이나 차례상에 주로 쓰이는 품목의 가격 급등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추석마다 반복되는 이 같은 사태는 정부가 민생 안정을 내세우며 물가 잡기에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식량 수급 안정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점이 일차적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물론 명절은 민족 대이동과 가족들의 만남, 제사 등이 이뤄지는 대목인 만큼 수요 급증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감안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명절을 이유로 상승한 먹거리 가격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있어 명절 충격파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농산물 수확철에 맞이하는 추석의 경우 설보다 물가 불안정 요소가 많습니다. 폭염, 장마, 태풍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출렁일 수밖에 없는 때로, 생산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농산물 공급량을 늘려도 저장품이 아닌 햇상품을 찾는 수요가 많아 대응책 약발이 제한적이라는 현장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선임연구원은 "추석이 어느 시점에 있는지에 따라서도 차이가 크다. 작년보다 추석이 10여일 빠른 올해는 사실상 8월부터 대목이 시작된다"면서 "이처럼 추석 시점이 이르다면 햇상품이 얼마나 나왔는지, 공급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가격 변화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식료품 물가가 폭등하는 '기후플레이션' 현실화도 물가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설에는 냉해와 병충해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사과, 배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차례상 비용이 크게 뛴 바 있습니다.
 
농축수산물의 물가 민감도가 가장 높은 시즌은 대체로 무더위가 극심한 3분기입니다. 해마다 최장 장마기간, 최장 열대야 등 이상 기후 기록이 경신되는 상황인데요. 이 추석 시기를 전후한 기후의 변화 강도가 매년 세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미흡한 정부의 예측치를 벗어난다는 분석입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상 기후로 가격 불안 일상화…피해 최소화 대책 필요
 
실제 이상기후 현상이 식탁 물가를 끌어 올릴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온상승은 단기적으로 국내 인플레이션의 상방압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폭염 등 일시적으로 기온이 1℃ 상승하는 경우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0.4~0.5%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07%포인트 높아진다는 분석을 도출했습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에는 기후 문제가 계절적 요인으로 간주됐지만 근래 들어 그 강도가 심화하면서 장기·구조적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기후플레이션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상 기후에 따른 피해는 장기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데 농산물 수요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어 식료품 물가 부담이 커지는 국면 역시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이미 해외는 기후 문제를 물가 변동 고정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분석에 나서는 추세입니다. 우리 정부도 기후플레이션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와 연관된 확실한 물가 안정 방안 마련을 수립하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지적 농수산물 물량 조정, 바우처 제도 실시 등 일시적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안정책 마련과 기후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물가 불안정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관련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이 선임연구원은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는 부분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햇상품뿐만 아니라 저장상품도 충분히 좋은 상품이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면서 "기온이 상승하는 환경에 맞춰 농사기법을 발전시키는 것도 대응책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응하고 있다고 하지만 금사과, 금대파 사건을 볼 때 안일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산만 유통되는 품목의 경우 수입 방안을 모색하는 등 공급량 증가에 심혈을 기울이는 동시에 추석 시기 할인 지원금을 풀어 서민들의 고물가 체감 경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3년간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며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추석만큼은 금사과 사태가 없도록 정부의 특별 관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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