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김문수'…실패한 '한밤 쿠데타'
지도부 후보 교체 시도했지만…막판 당심에 가로막혀 '무산'
2025-05-11 17:17:33 2025-05-11 17:17:33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우여곡절 끝에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됐습니다. 이로써 친윤(친윤석열)계 중심의 당 지도부가 강행했던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도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종 후보 등록까지 당내 상황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10일 새벽 당 지도부가 김 후보를 대선 후보 자리에서 끌어내리며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덕수 후보를 당의 새 후보로 선출하는 수순을 밟은 것은 '한밤의 정치 쿠데타'를 방불케 했습니다. 결국 적나라하게 드러난 당 지도부의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행보는 당내 갈등을 극단으로 치닫게 해 향후에도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뒤로 권성동 원내대표도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단일화 협상 난항 겪자…군사 작전하듯 '후보 교체'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교체 사태는 후보 등록 시작일(10일) 하루 전인 지난 9일까지 양측이 좀처럼 단일화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앞서 7~8일 두 차례 진행된 두 후보의 단독 협상에서 좀처럼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9일 오전엔 후보 선출 6일 만에 김문수 후보와 의원들 간의 첫 공식 대면이 이뤄졌지만, 양측은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습니다. 결국 당 지도부는 대선 후보 최종 경선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단일화 시기를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소집하는 공고까지 내 친윤 지도부와 김 후보의 갈등은 악화일로로 향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9일 오후 6시쯤 김문수 후보가 10~11일 전당대회 개최를 금지하고 후보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김 후보는 수세에 몰렸습니다.
 
양측은 9일 오후 8시30분쯤부터 단일화 협상에 나섰지만 단일화 여론조사의 '역선택 방지 조항'에 대한 이견을 보이면서 시작한 지 23분 만에 결렬됐습니다. 양측의 단일화 협상이 계속해서 난항을 겪자, 결국 당 지도부는 9일 밤늦게 '후보 교체' 절차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후보 교체는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진행됐습니다. 당 지도부는 10일 0시를 단일화 협상 데드라인으로 지정해 두고 이전에 의원총회를 소집했습니다. 의원총회에선 '대선 후보 재선출 결정 권한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위임'하는 안건이 의결됐습니다. 당 지도부가 곧장 후보 교체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의원들이 비대위에 후보 재선출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기로 뜻을 모은 겁니다.
 
한덕수, '새벽 3시' 기습 등록…한동훈 "북한도 이렇게 안 해"
 
당 지도부는 10일 0시쯤 되자 대선 후보 교체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당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대선 후보 자격 박탈 및 재선출' 안건을 상정해 처리했습니다. 곧바로 당 선관위는 김 후보의 선출 취소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어 당 지도부는 대선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냈습니다. 후보 등록 신청기간은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불과 한 시간이었습니다. 등록을 원하는 후보는 국회 본관에 서류 32건을 준비해 오도록 했습니다. 이때 후보 등록을 마친 유일한 사람은 한덕수 후보였습니다. 한 후보는 오전 3시20분쯤 국민의힘에 입당 서류와 대선 후보 등록 신청 관련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한 후보의 입당부터 대선 후보 등록까지 그야말로 일사천리였습니다.
 
당 내부에선 후보 등록 기간을 단 1시간(오전 3~4시)밖에 두지 않고 한 후보만을 위한 후보 교체 절차에 돌입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조경태 의원은 "마치 12·3 비상계엄과 흡사한 느낌"이라고 지적했고, 안철수 의원은 "새벽 기습 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통령 후보 강제 교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후보와 최종 결선에서 맞붙은 한동훈 전 대표도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며 당 지도부의 후보 교체를 혹평했습니다.
 
이에 김문수 후보는 10일 오전 9시40분쯤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무소속 한덕수 후보를 당의 새로운 후보로 교체한 것에 대해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 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법원에 후보 선출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당내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를 한 후보로 변경해 지명하는 것에 대한 찬반 투표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당원투표 '부결' 후폭풍에도…윤석열 "반드시 승리"
 
그러나 당심이 대선 후보의 향방을 갈랐습니다. 한덕수 후보로의 '후보 교체'를 위한 전 당원 투표에서 절반 이상이 반대에 표를 던지며 그동안의 모든 과정은 없었던 일이 된 겁니다. 이로써 10일 새벽 비대위에서 통과된 후보 교체 안건은 부결됐고, 김 후보는 다시 후보 자격을 회복했습니다. 후보 교체를 주도한 권영세 위원장은 사과 후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 후보는 11일 선관위에 후보 등록 절차를 마치고 법원에 제기했던 후보 선출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습니다. 그는 "지위와 권한이 회복돼 실익이 없다"며 "이제는 화합과 통합의 시간"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후보는 또 4선 중진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내정하고, 한덕수 후보를 만나 선대위원장직을 공식 제안하며 인적 정비에도 속도를 냈습니다.
 
윤석열씨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하루 앞두고 페이스북에 '국민께 드리는 호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번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은 격렬한 논쟁과 진통이 있었지만, 여전히 건강함을 보여줬다"며 국민의힘의 단일화 과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며, 승리할 수 있다"며 김 후보 중심의 결집을 호소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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