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사들이 고지 항목을 유연하게 설계한 '3.N.5' 간편건강보험 상품으로 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고지 항목을 세분화해 건강 상태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보험사는 정밀한 보험계약 인수(언더라이팅)로 손해율을 관리하고, 가입자는 자신의 건강 조건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3.N.5'는 간편보험의 고지 기준 구조입니다. 3은 최근 3개월 내 입원·수술·재검사 소견 여부를 뜻하며 N은 최근 N년(1~10년 사이)의 입원 또는 수술 이력, 5는 최근 5년 내 암·심근경색·뇌졸중 등 중대 질병의 진단·입원·수술 여부를 의미합니다. 지난해 유행처럼 나왔던 '3.10.10' 상품 구조에서 모든 고지 기간이 고정돼 있던 것과 달리, '3.N.5'는 N 항목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3.N.5 구조를 적용한 신상품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KB손해보험은 고지 항목을 보다 세분화한 'KB 탑클래스 3.N.5 초경증 간편건강보험'을 출시해, 경증 유병자의 가입 허들을 낮췄습니다. 이 상품은 최근 입원·수술 이력이 경미한 고객도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또 무사고 고객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계약 전환 제도와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비 등 최신 항암치료 보장을 포함해 보장 경쟁력을 강화했습니다.
한화손해보험(000370)은 고혈압·당뇨병 보유 여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한화 3N5 더간편건강보험'을 운영 중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없는 가입자에게는 최대 29%까지 보험료를 할인하는 기능도 적용돼 건강 상태에 따른 보험료 합리화에 중점을 뒀습니다.
하나손해보험도 '하나더넥스트 3N5 건강보험'으로 3.N.5 시장에 합류했습니다. 136대 질병 수술비와 신의료기술 치료비를 기본 보장으로 포함하며 간편가입 상품에서도 주요 치료비 담보를 강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유병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조건부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비교적 최근 병력이라도 경증에 해당하면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보험료가 낮은 '간편함'에서 시작했던 유병자보험 시장은 이제 고지 기준의 '정교함'으로 경쟁 구도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3.10.10 구조에선 암 치료 후 7~8년이 지난 가입자도 가입이 어려웠다면, 3.N.5 구조에서는 최근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면 조건부로 가입이 가능합니다. 일정 기간 무사고 고객에게는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계약 전환 제도를 도입한 곳도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늘었습니다. 병력이 있다고 해서 일괄적으로 가입이 거절되던 구조에서 벗어나 본인의 건강 이력에 따라 고지 항목을 줄이거나 조건을 조정해 상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는 간편보험 시장이 단순한 고지 완화에서 벗어나 건강 상태를 기반으로 정밀한 설계 경쟁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3.N.5 구조로 고지는 유연성을 적용하되 보험료를 정말화해 유병자보험 시장 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만 상품 구조가 복잡해진 만큼 고지 항목별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비교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3N5 구조는 보험사에는 정교한 언더라이팅 수단, 소비자에게는 건강 상태에 맞는 합리적 선택권이 될 수 있다”며 "복잡한 구조일수록 비교 설명에 책임을 지고 소비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험사들이 고지 항목을 유연하게 설계한 '3.N.5' 간편건강보험 상품으로 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건물에 약국과 병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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