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디자인 변화와 인공지능(AI) 성능 문제로 혹평을 샀던 아이폰17이 당초 평가와 달리 초반 상승 곡선을 타는 양상입니다. 전작보다 배송 대기 시간이 늘어나는 등 수요가 커졌다고 해석되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슬림한 휴대폰을 내세워 트렌드를 따라가고, 하드웨어 성능을 향상시킨 점이 고객의 긍정적 반응을 이끈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이폰17이 시장에서 주효한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애플을 핵심 고객으로 둔 국내 부품업계에서도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타노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진행한 가운데, 관람객들이 아이폰17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이폰17 배송 대기 시간은 △기본형 4일 △프로 4일 △에어 7일 △프로 맥스 21일로 집계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배송 대기 시간은 신제품 초기 수요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전체 애플 출하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 내 대기 시간이 길다는 건 판매 호조로 해석됩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애플의 아이폰17 시리즈가 공개 첫주 배송 대기 시간이 전작보다 길어져 강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아이폰16 기본 모델과 플러스 모델이 공개 첫주 대기 기간이 없었던 것과 대비되는 기록입니다. 애플 전문가로 알려진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도 “아이폰17 시리즈의 첫 주말 사전 주문 수요가 작년 아이폰16을 웃돌았다”고 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하드웨어 성능을 개선하고 라인업을 세분화한 애플의 전략이 소비자에게 통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새로운 디자인의 신제품을 내고, 카메라를 포함한 제품 전반의 성능을 강화하면서도 가격은 동결해 소비자의 체감 만족도를 높인 것입니다. 시장조사 업체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는 “라인업 세분화로 각 모델이 뚜렷한 수요를 맞췄다”며 “신규 구매가 견고하다”고 했습니다.
애플이 가진 브랜드 파워도 초기 수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아이폰의 전반적인 기능이 개선됐다. 슬림한 폼팩터(아이폰17 에어)도 공개했고, 제품 자체의 성능만 놓고 보면 아이폰이 경쟁사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성능에서 차이가 적으니 고객들이 어떤 기능과 브랜드를 선호하는지로 갈라지게 되는 것이고, 아이폰의 브랜드 이미지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이폰17이 예상을 웃도는 성과를 보이면서, 아이폰17 공급망에 참여한 한국 부품업계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폰17의 실적이 부품사 하반기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현재 애플은 디스플레이를 삼성디스플레이(아이폰 전 기종)와 LG디스플레이(아이폰 프로·프로 맥스)에서, 카메라 모듈을 LG이노텍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는 삼성전기로부터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아이폰17 판매 호조가 부품사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신제품 출시가 부품사들의 3분기 실적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만큼 업계 전반이 초반 동향을 유심히 지켜보는 편”이라며 “당초 작년과 다름없을 거라는 여론이 있었는데, 예약 판매량이 높다는 얘기가 많아지면서 실적도 오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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