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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6일 14:4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동박 제조사 가운데 한 곳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의 수익성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 확대라는 '이중고' 속에 영업활동현금흐름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인공지능(AI) 반도체용 소재라는 '반전 카드'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흑자 전환 시점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영업손실 규모 4배 이상 급증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후퇴했다. 매출액은 5066억원으로 전년 동기 기록한 7159억원 대비 약 29% 감소했다. 외형이 축소된 것보다 더 심각한 점은 수익성 악화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11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의 244억원 손실 대비 그 규모가 4.5배가량 불어났다.
이러한 적자 폭 확대는 당기순이익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140억원 흑자를 기록했던 당기순손익은 지난해 3분기 1307억원 적자로 가파르게 전환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기차가 안 팔리다 보니 배터리 업체들이 좋지 않고 그 밑단에 있는 동박, 전해액, 양극박, 음극박 등 소재사들이 전반적으로 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곧장 현금흐름의 악화로 이어졌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4년 3분기 691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3분기 26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기업이 본업인 동박 제조 및 판매를 통해 현금을 창출하기는커녕 오히려 현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부족한 현금을 메우기 위해 회사는 재무활동에 의존하고 있다. 2024년 3분기 -2451억원을 기록했던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538억원으로 플러스 전환됐다. 이는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경영 자금으로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단기차입금은 2024년 말 18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444억원까지 늘어났으며, 유동성장기부채는 1억원대에서 100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1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만기 도래 차입금 규모만 1444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여기에 장기차입금 403억원가량도 남아 있는 상태다.
다행히 당장의 단기유동성은 안정적인 상황이다. 3분기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357억원으로 만기 도래 차입금을 상환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하지만 2024년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이 418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개 분기 사이 800억원 이상 감소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유동비율 3개 분기만에 ‘반토막’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도 악화되고 있다. 먼저 기업의 단기 채무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2024년 말 약 876.8%에서 지난해 3분기 약 436.6%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동자산이 1조 315억원에서 9849억원으로 감소한 반면, 유동부채가 1176억원에서 2256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여전히 유동비율 수치 자체는 양호하지만 하락 속도가 매우 빠르다.
부채비율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4년 말 약 20.0%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약 23.7%로 높아졌다.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1조 9020억원에서 1조 7947억원으로 감소한 반면, 부채총계는 3801억원에서 4246억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 또한 2024년 3분기 -3.4%에서 지난해 3분기 -22.0%로 수직 낙하하며 수익 구조가 급격히 붕괴되었음을 보여준다.
어려운 재무 여건 속에서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올해 3분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1377억원 적자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이는 기술 산업의 특성상 적기에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 시장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사가 내건 반전의 핵심은 ESS와 AI, 반도체 주요 부품 소재다. 특히 AI 데이터 센터 증설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회로박'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AI나 데이터센터 글로벌 투자가 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회로박 수요가 많다"라며 "현재 주문이 생산능력(CAPA) 대비 초과해서 들어오고 있어 증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어렵지만 ESS와 AI 부문에서 수요가 늘어나며 실적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새로운 사업 분야의 매출이 실질적으로 영업이익 개선에 기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아직까지 알 수 없는 데다 공격적인 투자가 자칫 재무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회사는 고객사와의 구체적인 계약 물량이나 시기 등을 밝히지 않고 있어, 대규모 투자금이 안정적으로 회수될 수 있을지가 향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재무 건전성 회복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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