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개보위, 쿠팡 '신규회원 가입 중단' 만지작
2026-02-23 13:59:00 2026-02-23 15:04:39
[뉴스토마토 이종용·유영진 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이 영업정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 압박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유출된 개인정보의 도용 여부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한 조치로 신규 가입 중단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쿠팡에 입점한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영업 행위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조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정황 예의주시
 
23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공정위 판단과 별개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따른 후속 조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부터 6주간 쿠팡페이·쿠팡파이낸셜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실시한 후 정식 검사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현재 금감원은 쿠팡파이낸셜에 대한 검사는 완료했습니다. 쿠팡페이는 검사를 진행 중인데, 이 회사가 보유한 개인정보가 본사(쿠팡)에 흘러들어간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의 공조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전자상거래법을 근거로 영업정지가 사실상 어렵다고 했지만 개인정보법 위반에 따른 조치도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금감원은 전자금융업자로서의 법령 위반 여부를 검사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법 집행 권한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있습니다.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개인정보 위법 처리 정황이 확인될 경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사안이 이관되는 구조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 내 시정조치 조항에 따르면 개인정보법을 위반한 자에 할 수 있는 조치로 △개인정보 침해행위의 중지 △개인정보 처리의 일시적인 정지 △그 밖에 개인정보의 보호 및 침해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 등이 있습니다. 이 중 개인정보 처리의 일시적인 정지는 신규 가입 등 추가 개인정보 수집 행위 등을 차단하는 조치입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개인정보 처리 과정에서의 최소 수집 원칙 위반이나 목적 외 이용이 확인될 경우 '개인정보 처리의 일시적 정지'에 해당하는 조치로 신규 가입 절차 중단 등을 명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영업정지를 내리는 것은 쿠팡 입점업체 등 중소 상공인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소비자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영업 행위에 사실상 영향을 줄 수 있는 신규 회원 모집 중단 조치 등에 대한 가능성도 보고 있는지 정부 입장을 물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지난 19일 민주당의 '을(乙)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는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과 함께 쿠팡 개인정보 유출 대책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공정위는 현재로서 쿠팡에 전자상거래법상 영업 정지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고했습니다.
 
전자상거래법 제11조 제2항에 따른 영업정지 조치는 소비자 정보 도용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음에도 사업자가 적절한 피해 회복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내려질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쿠팡 사태에 따른 개인정보 도용이나 실제 피해 사례가 확인되지 않아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입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이 영업정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관계부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소상공인 피해·통상 갈등' 우려 변수
 
공정위의 입장은 기존 정부의 강경한 대응과 비교하면 한층 완화된 기조입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쿠팡 사태와 관련해 "앞으로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며 강력한 조치를 주문한 바 있습니다. 공정위도 쿠팡의 영업정지 가능성을 여러 차례 거론하며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왔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쿠팡 강경 제재 기조에서 물러난 것은 쿠팡 사태가 커질 경우 그 부담이 쿠팡 배달 종사자와 입점업체 소상공인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CLS) 벤더사 모임인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도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주문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택배기사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하루 배송 물량이 크게 감소했지만, 차량 유지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은 그대로라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017670)의 경우 정부 권고에 따라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한 전례가 있습니다. 주무부처였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망법상 이용자 보호 의무와 침해 사고 대응 조치 규정을 근거로 추가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보완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신규 가입자 모집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행정처분 형식의 영업정지가 아니라 이용자 보호와 2차 피해 차단을 위한 영업 제한 조치였는데요. 법률상 명시적 영업정지와는 구분되지만 관계 부처가 소관 법령에 따른 시정권고나 행정지도 형태로 서비스 일부를 제한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쿠팡 제재의 또 다른 변수로는 미국과의 통상 갈등 가능성이 꼽힙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인상 엄포를 놓은 가운데 미 하원 법사위의 쿠팡 사태 조사가 통상 마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법사위는 조만간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를 소환하는 등 우리 정부의 미국 기업 차별 여부에 대해 조사할 예정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쿠팡의 독과점 문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재벌 총수 동일인 지정 문제, 배달 앱 문제, 택배 과로사 및 산업재해 문제 등을 별도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민병덕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쿠팡이 책임 있는 사과와 근본적인 대책보다 조사 결과에 반박하며 외교·통상 문제로 확장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부터 6주간 쿠팡페이·쿠팡파이낸셜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후 정식 검사로 전환했다.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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