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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현대증권 노조가 머리끈을 두른 이유는?
2012-11-08 13:39:24 2012-11-08 13:41:01
[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여의도 증권가 한복판에 붉은 깃발이 올랐다.
 
2000년대 초 'Buy Korea' 신화를 일궈냈던 현대증권(003450) 본사 사옥 앞에 모인 이 회사 노동자들이 빨간색 머리끈을 질끈 동여매는 낯선 장면이 연출됐다. 현대증권 노조는 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임원들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했다. 가끔 시민단체 등이 여의도에 자리를 펴고 '탐욕스러운 자본'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기는 했어도 내부에서 일하는 '증권맨'들이 직접 팔뚝을 걷어부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노사 갈등이라고 하면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악재'라는 논리가 통용되는 비정한 여의도 하늘 아래에서 이들이 주먹을 쥐고 팔뚝을 들어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노조 측이 현대그룹 계열사 사장단 회의 녹취록을 통해 공개한 "내가 잡아죽일테니까"라는 그룹차원의 '노조파괴 행위'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맨들이 어울리지 않는 빨간색 머리끈을 두른 이유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진짜 이유를 알기 위해선 현대그룹의 계열사 사장단이 왜 노조를 파괴하려고 했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이가 있다. '대표님'은 현정은 회장이 아니다. 황두연 아이에스엠지코리아 대표라는 주장도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노조는 '대표님'에 대해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라고 설명했다. 치밀한 작전까지 세우면서 노조를 파괴하려 한 것은, "그룹사업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 데 노조가 '눈엣가시'였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현대증권은 올해 3월 기준으로 소액주주가 지분 50.51%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만약 노조의 주장대로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자가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해 회사를 망치고 있는 것이라면 단순히 '부당노동행위' 혐의 수준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현대증권은 증권가에서 유일무이하게 지난 2년 간 대표이사를 4번이나 선임했다. 현 김신 대표이사 취임 당시 임시주주총회에서 "앞으로의 과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라고 강조했던 이승국 공동 대표는 타 증권사로 떠났고, ROE는 대형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1%를 밑돈다.
 
그리고 현대증권은 이달 22일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를 '대표님'이라고 부르며 현대증권 노조파괴의 '총대'를 매겠다던 윤경은 사장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한 임시주총을 개최한다.
 
앞으로의 추이가 어떻게 될지 증권가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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