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반도체 시대, 삼성전자·퀄컴 '승자독식'
2012년 반도체, PC업황 부진 속에 모바일 성장세 가속
2012-12-27 17:58:17 2012-12-27 18:01:54
ㅇ[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요약하는 키워드는 '승자독식'과 '시장구도 재편'으로 압축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치킨게임이 끝나갈 무렵 스마트 시대를 주도한 삼성전자와 퀄컴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나갔다. 반면 인텔·AMD 등 PC용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들은 부진에 허덕이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IHS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매출 상위 10위 기업 중 삼성전자(005930)와 퀄컴, 브로드컴을 제외한 모든 반도체 업체들의 지난해 대비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6.7%, 브로드컴은 8.8%, 퀄컴은 무려 27.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인텔(-2.4%), TI(-14.0%), 도시바(-13.6%), SK하이닉스(000660)(-8.9%)등 나머지 상위 7개 업체들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었다.
 
◇자료=IHS 아이서플라이, 한국반도체협회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 신규투자를 집행할 만한 제조업체가 전 세계에 7~8개 수준으로 압축됐다는 점이다. 수년간 이어진 치킨게임으로 인해 상당수 제조업체가 파산 또는 감산을 선언하면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한국반도체협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제조기술의 미세화, 장비 단가 상승(연 7~10%)으로 인해 설비 투자에 필요한 투자액이 급증하면서 신규 펩(반도체 생산공장)을 증설할 수 있는 업체는 세계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인텔, TSMC 등 8개사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는 일본 반도체 업체들의 몰락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일본 반도체의 자존심 '엘피다'는 지난 2월 결국 4000억엔 규모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쿄지방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결국 저울질 끝에 미국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했다. 또 일본 시스템 반도체 업계의 거목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도 현재 2조원대의 구제금융이 수혈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시장에서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나가고 있다. 스마트 기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힌 삼성전자의 AP 생산량은 올해 처음으로 3억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이 평균 CPU(중앙처리장치) 생산량이 매일 100만개씩 연 3억개가 조금 넘는 점을 감안하면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AP '엑시노스 4'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이슈는 하이닉스의 부활이었다. SK그룹에 재편되면서 다시 태어난 SK하이닉스는 든든한 모기업을 발판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 들어 SK하이닉스는 해외업체 인수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탈리아 낸드플래시 업체 아이디어플래시, 미국 컨트롤러 업체 LAMD 등이 SK하이닉스에 편입됐다.
 
한편 모바일 반도체가 PC용 반도체를 앞질렀다는 점도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모바일AP를 앞세운 삼성전자, 퀄컴 등 모바일용 반도체 업체가 급속히 부상했고, 내년에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 평가다. 이에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반도체 사업장에 39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다수의 시장조사기관들은 내년 반도체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전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 절대 수요처였던 PC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PC용 반도체 분야에서의 절대우위를 기반으로 '반도체 최강자'로 군림해 온 인텔의 아성도 크게 흔들린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 반도체 역량을 쌓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위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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