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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소비자 '블랙컨슈머'..금융사, 대응 매뉴얼 시급
분쟁조정신청시 수수료 부과제도 검토도 필요
2013-12-08 09:00:00 2013-12-08 09:00:00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얼마전 회사원 A씨는 업무를 보기위해 B은행에서 순서를 기다리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봤다. 영업창구에서 40대초반의 남성이 통장을 만들면서 창구직원이 도장의 뚜껑을 닫아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하며 책임자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는 동안 다른 소비자들은 기다리거나 은행업무를 포기해야만 했다. 이러는 가운데 또다른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과 최근 동양그룹 사태를 겪으며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시류에 편승해 소비자보호 체계를 역이용하는 사람을 일컬어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라고 한다.
 
소수 블랙컨슈머 때문에 다수 선의의 소비자들은 의도하지 않은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금융당국과 각 금융사는 강력한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동의를 얻고 있다.
 
감독당국에 따르면 민원 건수는 지난 2010년에는 7만2169건이었던데 비해 2011년 8만4731건, 지난해 9만4794건으로 해마다 1만건 이상씩 증가했다. 당국 관계자는 이 가운데 7~10%가량이 악성 민원에 가깝다고 전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금융당국을 비롯한 각 계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고객가치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악성민원이 급격히 증가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금융회사는 최선을 다해 소비자에게 '완전 판매'를 유도해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친절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같은 때 악성민원 사례를 외부에 알리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우기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고객이 있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하게 어필하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선 쉽게 할 순 없는 일"이라며 고충도 털어놨다.
 
감독당국과 금융회사는 통일된 블랙컨슈머 대응 지침서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손경애 은행연합회 민원상담실장은 악성민원 대응 매뉴얼이 금융회사 내부통제 지침에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실장은 "A은행에서 민원을 제기하면 상품권을 받고 B은행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 이를 노린 블랙컨슈머만 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신속한 초기대응으로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고객이 처음에는 악의가 없다가도 금융회사가 해명하기 급급하고 태도가 무성의해 보이면 블랙컨슈머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부터 금융사 콜센터 직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 후 활성화되는 모습이다.
 
현대카드는 민원인이 성희롱 등 폭력적인 말을 하면 경고조치 후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도록 했다. 삼성카드도 욕설과 폭언을 하는 민원인에게는 녹음 사실과 상담 중단 가능성을 경고하는 안내를 3차례씩 하는 '333응대원칙'을 도입했다.
  
금융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제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캐나다 등 일부국가는 입증이 불충분한데도 무조건 조정신청을 하고 보는 민원자를 제한하기 위해 신청수수료를 부과한다.
 
손 실장은 "분쟁조정 제도가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에서 조정결정 내용을 수용토록 하는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더했다.
 
그러면서 손 실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가 외국과는 다르기 때문에 눈높이에 맞게 소비자단체 뿐 아니라 언론, 학계와 힘을 합쳐 점진적으로 테러리스트 같은 민원인들을 계몽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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