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오매불망' 매수자 돌아오니, 사라지는 매도자
2014-02-28 10:54:22 2014-02-28 10:58:17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집을 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만들어 줬습니다. 규제가 너무 많아 규제를 풀어달라고 해 규제도 풀어줬고, 집값이 떨어져 집을 살 사람이 없어졌다고 해서 집값도 올려줬습니다. 그런데 오매불망 기다리던 매수자들이 몰려오니까 내놨던 집을 회수합니다. 그리고 집값을 올리고 상황을 주시합니다.
 
만약 매수자들이 다시 사라지고 영원히 집을 팔지 못하게 된다면 누구의 잘못일까요?
 
최근 부동산시장에는 사라졌던 매수자들이 나타났지만 이제는 매도자가 사라지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매수자가 밀려오자 매물을 회수하고 호가를 올리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 부양책과 살만한 집 부족에 따른 장기전세난의 영향으로 매매시장 환경이 어느때보다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정부는 '부동산 대못' 중 하나인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고, 취득세율 영구인하를 단행 했습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도 국회를 통과했고, 초저리 공유형 모기지 등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후방지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이에 멈추지 않고 재건축 초과 이익환수제를 폐지하고, 재건축 소형 의무비율도 완화했습니다. 전매제한은 6개월로 단축 돼 이름뿐인 규제가 됐습니다.
 
특히 이 모든 규제 완화는 주택공급을 일정 수준 밑으로 관리하겠다는 대전제하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공급과 수요로, 집값을 하락시킬 수 있는 주택공급을 억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온기가 돌기 시작한 수도권 주택매매시장은 올들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 후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습니다.
 
올들어 수도권 아파트값은 0.16% 올랐습니다. 지난해 1년동안 1.58%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금융위기 이전 과열됐던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금융위기가 발발하며 급심히 침체로 빠져들었습니다. 부동산신화는 끝났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매수세 실종기를 겪었습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던 사람들은 하우스푸어가 됐습니다. 하우스푸어는 사회적 문제가 됐고, 집만 팔게 해달라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부동산 활황기인 참여정부 시절 밖아놓은 부동산대못이 비난의 대상이 됐죠.
 
이에 정부는 내수에 한 몫을 담당하는 부동산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정부 정책에 어깃장을 놓으며 '발목당'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던 야당마저도 규제 완화에 동참했습니다.
 
이에 매수자들이 하나둘 돌아와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려는 찰나 매도자가 모습을 감추기 시작합니다. 장기 하락에 본전 생각이 나서일까요. 일부 매도자들은 호가를 올리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것입니다.
 
개포동에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대거 풀기로 하면서 매도 물건이 회수되고 있어요. 호가만 오르고요. 이러면 계약서에 도장 찍기가 힘들어져요. 전화문의도 매수자보다는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매도자가 더 많은 상황이에요"라고 상황을 알려줬습니다.
 
정부는 매매시장을 살려달라는 아우성에 응답해 많은 규제를 풀어 줬습니다. 높기만 했던 국회의 문턱도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부동산시장을 시장 원리에 맡기려는 것인데요. 이는 만약 시장이 다시 침체로 빠진다면 원망할 대상이 없다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과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규제를 풀어줬을 때 시장은 급격한 상승을 보였습니다. 자체적으로 하락하기 전 정부가 나서 규제를 다시 묶었죠. 사유재면서 공공재이기도 한 부동산의 특성 때문에 시장은 자체적으로 균형점을 찾기 전에 정부가 개입해 왔습니다. 외부 개입없이 시장 스스로 상승을 마감하고 하락하거나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탄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은 회복세를 보이지만 언제가 거래 시장에는 침체가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그때는 누구를 원망할 수 있을까요? 시장은 실패를 받아드릴 준비가 돼 있나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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