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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땡그랑' 동전..이렇게 만들어요!
동전 제작비용 연간 400억원 소요
"저금통에 두지 말고 사용하세요"
2009-06-20 09:00:00 2009-06-20 09:00:00

[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회사원 'K'씨는 아침 출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3000원을 내고 담배 한 갑(2500원)을 사고 500원을 거슬러 받았다. 회사에 도착해 동료와 천원짜리 지폐를 사용해 모닝커피(300원)를 한잔씩 나눈 뒤 400원의 거스름돈은 주머니 속에 넣었다. 퇴근길에 지하철역 가판대에서 석간신문(600원)을 구입해 400원의 동전이 남았다. 집으로 돌아온 'K'씨는 옷을 갈아입으며 주머니 속에 든 동전 1300원을 저금통에 넣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간혹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잡히는 동전. 없을 때는 몹시 곤란하게도 만드는 동전이다.

 

돌고도는 돈, 그 중 동전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고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 가치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민(4860만6787명)을 기준으로 국민 한 사람당 약 360개의 동전을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행이 발행해 시중에 유통시킨 현용 주화는 173억개.

 

금액별로 500원짜리 17억개, 100원짜리 73억개, 50원짜리 18억개, 10원짜리 65억개의 동전이 우리 주머니 속과 저금통을 돌아 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많은 동전들이 잘 유통되지 않고 있어 문제다.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물가가 오르면서 동전의 사용이 줄어들면서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동전발행 비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은 등이 전국의 지역 은행을 중심으로 동전을 지폐로 교환하는 캠페인까지 벌이며, 시중에 유통되지 않고 방치된 동전을 회수하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23일 발행되는 액면가 5만원의 고액권 발행을 앞두고 화폐의 기본이 되는 주화(동전)의 중요성과 탄생과정을 살펴 본다. 

 

◇ 상평통보에서부터 500원 동전까지

 

우리나라는 이미 1633년(인조 11년) 상평청(常平廳)에서 최초의 화폐인 상평통보(常平通寶)를 주조해 발행했고, 1678년(숙종 4년) 재발행을 계기로 조선 말기에 현대식 화폐가 나올 때까지 전국적으로 통용돼 왔다.

 

현대적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동전은 지난 1959년 미국 필라델피아 조폐국에서 제조된 백환, 오십환, 십환 주화로 기록돼 있다.
 

현재 사용되는 주화는 지난 1966년 십원, 오원, 일원 동전이 발행된 이후 1970년에 100원짜리, 1982년 500원짜리 주화가 제작돼 사용됐고, 1983년에 화종별 통일을 위해 도안이 변경됐다.

 

◇ 韓 동전제조 수준, 어디까지

 

한국의 화폐제조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발권당국인 한국은행의 의뢰를 받아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작하는 지폐의 경우 17억장(화폐단위), 주화의 경우 연간 9억장정도를 생산한다. 국내 화폐제조기술은 세계에서 인정받아 세계 여러 국가로 수출된다.

 

주화의 경우 아르헨티나, 필리핀, 중국, 인도 등에 완제품을 수출한다.

 

특히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압인과정 이전의 소전(아무 도안이 없는 동전)의 경우 전 세계의 70%가 한국에서 제조된 것이다.

 

◇ 동전 제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일반적으로 동전의 제조원가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동전 가운데 500원짜리를 제외한 10원, 50원, 100원짜리는 액면가보다 제조단가가 더 높다.
 

500원짜리와 100원짜리 동전은 구리 75%, 니켈 25%의 합금인 백동으로 만들어지고, 50원짜리는 구리, 아연, 니켈의 합금인 양백, 10원과 5원짜리는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황동으로 제작된다.
 

변동성이 큰 국제 원자재 가격에 따라 차이나 있지만 10원짜리의 제조단가는 보통 40원 안팎이고,  50원짜리도 70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100원짜리도 제조단가는 액면가격을 훨씬 웃돈다.

 

보통 10만원짜리 자기앞 수표 한장을 만드는 금액이 28원인 것을 감안하면, 수표 한장을 만드는 금액으로 동전은 하나도 만들수 없다는 얘기다.

 

◇ 얼마나 제작되나..매년 400억원 소요

 

현재까지 만들어진 동전의 총 개수는 1160억장에 달한다. 제작 비용만 매년 400억원이 투입된다. 

 

500원짜리 동전의 경우 경북 경산소재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하루에 약 280만장, 연간 7억5000만장이 생산된다. 

 

제조되는 액면금액으로 3790억원어치의 동전이 해마나 새로 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매년 소액의 동전들이 시중에 유통되지 못하고 각 가정의 저금통이나 서랍속에 남겨져 있어 매년 새로운 동전제작에 막대한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

 

◇ 동전 제작..7단계 공정

 

보통 동전은 디자인 선정과정에서 한국은행에 납품되기까지 7단계의 공정을 거쳐 제작된다.

 

일반적으로 주화는 소재가 되는 소전을 풍산금속에서 공급받아 주화 디자인이 새겨진 극인을 압인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시중에 유통되는 현용 주화는 보관을 요하는 기념주화와 달리 특수 압인기를 통해 제조되기 때문에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이다.

 

▲ 디자인 선정

 

한은의 발주에 따라 주화의 구성요소인 문양과 크기, 문자, 규격 등을 결정,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이다.

 

한국은행은 국가를 대표하는 소재에 대한 여론조사를 거쳐 화폐제조자문기구가 적합성을 판단하는 디자인과 서체 등의 도안을 최종 결정해 디자인 원도를 마련한다.

 

디자인에는 발행년도, 액면표시, 발행은행 등이 표시된다.

 

500원짜리의 경우 직경 26.55밀리미터(mm), 7.7그램(g)의 규격에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학을 새겨 제작됐다.

 

▲ 조각 과정

 

대량으로 주화를 생산하기 위해 디자인 원도에 따라 석고와 수지조각을 거쳐 기계조각기에서 축조하는 과정이다.  동전을 찍어낼 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원도에 따라 6배 정도의 크기로 유토 조각을 미리 제작한 후 다시 석고를 이용하여 더욱 정밀하게 조각하게 된다.

 

이 조각된 원판은 단단한 수지판으로 복제해 축조기계를 통해 실제 주화 크기인 금속봉에 축소조각되어 원극인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 극인 제조 과정

 

주화의 디자인을 금속에 새긴 원극인은 압인에 사용되는 여러개의 극인으로 성형된다.

 

원극인을 보존하기 위해 압사방식으로 여러 개의 똑같은 극인을 찍어낸 후, 극인의 표면을 다듬고, 열처리를 통해 쉽게 닳지 않도록 연마하는 과정이다.

 

▲ 소전 제조 과정

 

완성된 극인을 주화 소재와 두께에 맞도록 금속을 용해, 압연하는 과정을 거쳐 기본 판을 만들고 주화형태와 크기에 맞춰 절단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동전의 원재료 소전은 압인작업 이전 문양과 테두리 모양의 밀(mill)이 없는 동전의 형태를 띄고 있다.

 

일반적인 소전은 풍산금속에 납품의뢰를 통해 전량을 납품받고 있으며, 국내의 소전은 전 세계 유통화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 압인 과정

 

완성된 소전은 극인과 칼라가 장착된 고속 압인기를 통해 강력한 기계적 힘으로 앞뒷면에 주화 디자인을 새기고 측면에 밀선이 만든다. 이를 통해 온전한 행태의 동전이 완성되는 것이다.

 

압인과정에서 500원짜리의 경우 1분에 700~850장의 동전이 찍히게 된다.

 

▲ 검사·검증 과정

 

압인이 끝난 주화는 개개 동전의 압인상태가 제대로 찍혔는지, 규격상 이상은 없는지 등을 철저히 검사하게 된다.

 

이전까지의 검사과정은 일일이 직원들의 검수과정을 통해 이뤄졌으나, 올해 2월부터 현대식 자동화 시스템을 마련한 이후 압인이후 컴퓨터 검사기를 통해 규격과 중량, 표면상 이상여부를 자동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과정중 이상이 우려되는 주화는 직원들의 수작업으로 계수와 계량 과정을 거쳐 포장과정으로 옮겨진다.

 

불량주화의 경우 연간 약 800개, 40만원 정도의 주화는 한국은행과 조폐공사의 임직원이 참가한 가운데 풍산금속에서 파쇄, 용해돼 소전 제작과정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 포장 과정

 

품질검사가 완료된 주화는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포장과정으로 옮겨져 한국은행으로의 납품을 위해 포장된다.

 

검사를 거친 500원짜리는 50개씩 한 롤(2만5000원)씩 묶음으로 포장돼 20개씩 박스포장된다. 이는 다시 80박스(8만장)씩 최종 포장을 거쳐 한국은행에 납품된다.

 

참고로 동전에 가장 자리에 있는 톱니모양의 '밀'은 주화가 처음 사용되던 시절 주화의 일부을 훼손하거나 깍아서 사용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새겨지게 됐으며 500원짜리의 밀은 120개다.

 

한편 경산화폐본부에서는 동전을 제작하는 보안기관이니 만큼 직원들은 물론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의 동전은 들어가는 과정에서 회수되어 내부에서 동전을 사용할 수 없다.

 

다만 경산 화폐본부내 음료 자판기의 사용을 위해 150원짜리 '코인'을 구매해 사용토록 하고 있다. 이 코인의 경우 현행 10원짜리의 규격을 사용하고 있고, 코인의 앞뒤는 아무런 도안이 없는 내부사용용 동전인 셈이다.  

 

◇ 각 화종별 세부 내역

<자료 = 한국조폐공사>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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