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016 결산)스마트폰 목마름을 VR·5G로 풀다
VR로 시작해 VR로 끝나다…스마트폰과 공동주연
5G 놓고 통신업계 각축전…스타트업 "나도 있다"
2016-02-24 16:31:53 2016-02-24 16:31:53
[바르셀로나=뉴스토마토 김미연·김민성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축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이 25일(현지시간)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MWC는 국제 전시회 중에서도 입장료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우리 돈으로 1인당 1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입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하루 평균 2만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바이어들과 언론이 모이는 만큼 행사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TV와 냉장고 등 전통적 가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나 여전히 대세는 '모바일'이다.
 
이번 MWC 역시 '모바일이 모든 것(Mobile is everything)’이라는 주제로 준비됐다. 개막 전날 삼성전자의 갤럭시S7, LG전자의 G5, 화웨이의 P9이 공개되며 전야제를 뜨겁게 달궜다. 곧바로 반전이 일었다. VR(가상현실)이 무대를 장악하며 주연 교체를 알렸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를 지나면서 VR 고글, 멀티 이어폰, 무선 컨트롤러, 360도 카메라 등 모바일 생태계 확장 경쟁이 펼쳐졌다. 통신업계는 5G에 승부수를 걸었다.
 
VR의 VR에 의한 VR을 위한 'MWC'
 
"VR로 시작해서 VR로 마무리됐다"는 평이 행사장 곳곳을 에워쌌다. 지난해만 해도 맛보기에 그쳤던 VR 기기들이 올해에는 첨단기능으로 무장하고 메인 전시장에 자리했다. VR을 주연으로 끌어올린 이는 다름아닌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였다. 저커버그는 21일(현지시간) 삼성전자 갤럭시S7 언팩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사람과도 함께 있는 듯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VR은 차세대 플랫폼"이라고 규정했다. 또 삼성을 VR시대 파트너로 지목, 좌중을 떠들썩하게 했다. 
 
개막과 동시에 VR의 인기는 더욱 실감나게 전개됐다. 삼성전자 VR 체험관은 문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평균 30분 이상 대기해야 했지만 관람객들은 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비단 삼성만이 아니었다. 전시관을 차린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은 제조사, 통신사, 부품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앞다퉈 VR 기술을 선보여 올해가 VR 시대 원년임을 예고했다. 페이스북 자회사인 오큘러스, 일본 소니, 대만 HTC 등이 올해부터 VR 기기를 출시하며 삼성과 LG 뒤를 쫓는다.
 
LG전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6’에서 모바일 VR 기기 ‘360 VR’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관람객들이 ‘360 VR’로 실제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LG전자
 
갤럭시S7 vs. G5 '막상막하'…소비자 선택만 남았다
 
VR이 조연에서 주연급으로 자리를 이동했지만 그래도 MWC 꽃은 '스마트폰'이었다. 모듈방식을 도입하며 확장성을 높인 G5와 전작들의 단점을 보완하며 완성도를 높인 갤럭시S7이 모바일의 자존심을 지켰다. 국내외 언론 역시 높은 관심을 보이며 양사의 정면대결을 기사로 전송했다. 일단 혁신 면에서는 G5가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삼성의 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갤럭시S7이 내달 11일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20여일 차이로 G5가 출격한다. 우열을 가리지 못하면서 최종 승자는 소비자들에 의해 가려지게 됐다.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판매 순위를 뒤집을 정도의 큰 변화가 있진 않겠지만 G5 흥행 여부에 따라 탈착식 배터리의 대중화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두 제품 모두 기능면에서는 막상막하”라면서 “마케팅, 광고, 이통사와의 협업 등이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삼성의 생산·유통·마케팅 3박자를 LG가 쫓기 어렵게 된다.
 
5G, 속도경쟁에서 상용경쟁으로
 
글로벌 통신 업계의 화두는 단연 '5G'였다. 지난해 전시회에서 5G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속도 증대 기술을 주로 선보였다면, 올해는 5G 요구사항에 보다 근접한 서비스와 기술 시연이 이뤄졌고 상용 수준의 가상화 트렌드도 강화됐다. 막강한 5G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VR과 사물인터넷(IoT) 관련 비즈니스들도 더욱 구체화됐다.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부문(ITU-R)은 최근 5G의 요건으로 ‘20Gbps 속도’와 ‘1ms 지연’을 설정했다. 이에 SK텔레콤은 전시부스에서 20,5Gbps 속도로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해 보이며 “공공장소에서의 시연은 세계 최초”임을 강조했다.
 
KT는 MWC 개막 이전 에릭슨과 공동으로 연구실 환경에서 25.3Gbps 속도로 데이터 전송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에릭슨이 자사 전시관에서 25Gbps 전후의 속도를 실시간 구현해 SK텔레콤의 선언이 과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CTO)는 “에릭슨은 통신사가 아닌 벤더이자 파트너사로서 우리와 경쟁구도로 풀이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도 “전시 이전에 타 업체들의 기술 동향과 전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점은 불찰이었다”고 해명했다.
 
에릭슨이 MWC 전시 부스에서 25Gbps에 달하는 데이터 전송 속도를 실시간 시연하고 있다. 사진/김미연 기자
 
스타트업, MWC 딛고 해외로
 
한편 올해도 MWC는 여러 스타트업들에게 해외 진출의 교두보가 됐다. SK텔레콤은 ‘와이젯’, ‘비주얼캠프’, ‘닷(DOT)’, ‘해든브릿지’ 등 4개 기업의 전시공간을 마련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특히 닷은 세계 최초로 ‘점자 스마트워치’를 공개하며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눈빛으로 글자를 인식할 수 있는 아이트래킹 기술을 선보인 비주얼캠프는 해외 자동차 기업과 교육 업체 등으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KT는 ‘울라라랩’, ‘12CM’, ‘247’, ‘아마다스’, ‘아토큐브’, ‘Alt-A’, ‘로보틱스’ 등 7개 업체에게 전시공간을 내주고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이중 247은 5만~10만V의 전류가 흐르는 호신용 스마트폰 케이스를 선보여 여성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손가락 지문을 대면 1.5초 만에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호신용 앱 ‘볼트’와 함께 미국과 유럽 시장을 두드릴 계획이다.
 
바르셀로나=김미연·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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