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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서민에게 장벽 쌓는 씨티은행
2016-12-26 17:33:23 2016-12-26 17:33:23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한국씨티은행이 내년 3월부터 거래금액 1000만원 미만인 사람에게 매달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기로 잠정 결정했다. 아직 정확한 금액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3000원에서 5000원 사이가 될 예정이다. 
 
물론,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은행이 수수료를 받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듯이 은행 영업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수료 안 떼는 은행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씨티은행은 ▲모바일·인터넷 뱅킹, ATM 등 디지털 채널만을 사용하는 고객 ▲만 19세 미만 또는 만 60세 이상의 고객 ▲사회배려계층은 수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며 첫 도입의 부정적 시각을 우려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씨티은행의 영업 전략은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에게만 짐을 지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마치 1000만원도 없는 사람은 수수료를 내야 하니 싫으면 다른 은행으로 가라는 무언의 압박 같다. 다른 기업과 구별되는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은 온데간데 없고 이윤추구 욕망 만이 남은 형국이다.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 취지도 궁색하다. 씨티은행은 "고객과 당행과의 관계 심화, 디지털 채널 사용 활성화"를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돈 없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해서 어떻게 관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고객과의 관계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거나, 좋은 금융상품을 제공할 때 성장한다. 디지털 채널 활성화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소비자는 어떤 서비스가 편리하거나 경제적이면 누가 뭐라고 안 해도 그쪽으로 옮겨간다. 서비스 개선 없이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씨티은행의 차별 전략은 수수료 전략뿐 아니라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지난 1일 씨티은행은 국내 최대 규모 자산관리 서비스 영업점인 청담센터를 오픈했다. 이 센터는 자산 규모에 따라 상담받는 공간이 층별로 분리돼 있다. 문제는 고액 자산가일수록 위층에서 서비스를 받는 구조라 소액 자산가의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청담센터 1층은 '스마트존'으로, 일반적인 은행 업무를 제공하고 2~3층 '씨티골드존'은 2억~10억원 사이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다. 4~5층은 '씨티프라이빗클라이언트존'으로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군을 모신다. 고층은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는 라운지 공간의 컨셉으로 머무름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이러한 씨티은행의 전략은 자산관리 강화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 건물 안에서 층까지 나눠야 했는지 의문이다. 마치 "서러우면 너도 돈 많이 벌어. 돈만 있으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어"라고 부축이려는 의도로 느껴진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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