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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첫 인사 기조는 '통합과 개혁'
이낙연 총리 지명으로 '호남 껴안기'…서훈 국정원장 놓고 "개혁의 최적임자"
2017-05-10 17:13:20 2017-05-10 17:14:01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후 첫 발표한 내각·청와대 비서진 인선을 놓고 선거운동 기간 중 강조해온 ‘통합과 개혁’ 두 축을 고루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인사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가장 큰 이유는 호남 배려 차원이다. ‘노무현 정부 호남 홀대론’의 중심에 서있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호남출신 인사의 총리 임명은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지난 2월15일 전남 여수엑스포 박람회장에서 열린 동서창조포럼 간담회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총리부터 시작해 인사도 확실히 탕평 위주로 할 것이다. 호남 홀대는 말할 것도 없고 전국적으로 지역이 통합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첫 총리는 호남출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굳어졌다. 이 후보자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담양·함평·영광·장성에서 4선 의원을 한 인물이다.
 
이낙연 후보자의 이력을 살펴봤을 때 국민의당과의 협치 가능성까지 고려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3년 새천년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이 떨어져 나갈 때 따라가지 않고 남았던 인물이다. 당시 민주당에 남았던 세력 중 상당수가 국민의당으로 옮겨간 점을 감안할 때 이 후보자가 협치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이날 문 대통령의 예방 자리에서 “아직 발표는 안 됐지만 거명되는 인사들을 보니 아주 좋은 분들이 많이 거명됐다. 신선하게 느꼈다”고 말한 것도 이 후보자를 거론한 것이다.
 
이 후보자가 이른바 ‘친문(문재인)’계 인사가 아니라는 점도 인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이를 통해 정치권에서 나오는 측근 정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내정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자주 만나고 교감하는 관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친문 패권’ 불식 노력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돕던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대선 후보 때에 이어 청와대 입성 후에도 비서실장을 맡긴 것이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임 실장 임명으로 내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을 임명하며 ‘청와대 중심 국정운영’을 천명한 바 있지 않냐”며 “재선의원 출신의 젊은 비서실장을 임명한 것은 실무형 청와대를 구축하고 부처 중심 국정운영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임 실장의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경력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권력의 핵심 중 핵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을 주사파 출신에게 맡긴데 대한 국민적 우려가 깊다”(정준길 대변인)며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경호실장 인선에는 개혁 요소가 고려됐다.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역대 정부에서 이뤄진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서 후보자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정부에서 (국정원 개혁을) 시도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오늘 이 자리까지 왔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국정원의 정치개입, 선거사찰 등을 근절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기능을 폐지해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는 것을 선거기간 중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 후보자 인선에는 남북관계 회복 측면도 고려됐다. 그는 국정원 근무 당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을 기획하고 실무협상에도 참여하는 등 대북업무에 정통하다. 이날 회견에서 그는 남북정상회담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조건이 성숙되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답했다.
 
주영훈 신임 경호실장에 대해서는 그가 경호실 공채 출신으로 조직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문 대통령의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 원칙도 이해해 경호실 개혁을 주도할 적임자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 기간 중 민주당 선대위 내 광화문대통령기획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해온 그는 청와대의 광화문 이전과 그에 따른 경호·시설안전 관련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임종석 비서실장(왼쪽부터)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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