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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정용진, 같은듯 다른 'PB' 전략
롯데백화점 '초저가'·신세계백화점 '준프리미엄'
2017-06-08 06:00:00 2017-06-08 06:00:00
[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유통업계가 차별화를 위해 자체브랜드(PB·Private Brand)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유통 맞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백화점에서 서로 엇갈리는 PB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매스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에 방점을 두는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준프리미엄급 PB 브랜드를 통해 충성고객 유입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이 최근 PB에서 강조하는 키워드는 '초저가'다. 현재 롯데백화점에서 운영 중인 PB는 약 10여개다. 이 중 지난해 이후 론칭한 엘앤코스(화장품), 맨잇슈트(남성정장), 엘리백(여성핸드백) 등은 모두 가성비로 무장한 브랜드들이다.
 
최근 서울 영등포점에 이어 부산 동래점에 매장을 연 핸드백 브랜드 '엘리백'의 주요 상품 가격은 5만~19만원선에 불과하다. 젊은 디자이너의 감각이 반영된 트렌디한 핸드백을 수시로 선보이는 SPA형 핸드백 브랜드로 주머니가 가벼운 2030 여성이 주요 타깃이다.
 
맨잇슈트는 롯데백화점이 남성 슈트 OEM(주문자상표부착) 업체인 부림광덕과 손잡고 론칭한 브랜드다. 사회초년생을 공략해 남성 정장 한 벌을 최저 9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가성비 전략에 소비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매장도 30곳 이상으로 늘렸다.
 
롯데백화점은 전방위적인 저가 PB 공세를 위해 관련 조직도 지난해 대폭 확대한 바 있다. 올해 하반기 론칭을 목표로 저가 남성 셔츠 PB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의 매스전략과 달리 신세계백화점은 PB에서도 고급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프리미엄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는 것이 주요 콘셉트다.
 
대표 주자는 올 초 론칭한 웨딩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다. 다이아몬드 원석을 비롯해 다이아몬드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신세계백화점이 원석의 구매와 제작·유통을 직접 담당하며 일반 럭셔리 브랜드보다 가격을 20% 정도 낮췄다. 고품질의 주얼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려는 신혼부부들에게 주목받으며 현재 목표 대비 150%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의류 PB브랜드 '델라라나'도 이탈리아산 고급 캐시미어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며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가격대는 원피스 한 벌에 50만~60만원선으로 수입 브랜드보다 약간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됐다. 2013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남성 셔츠 브랜드 '밴브루'도 이탈리아와 터키 등 해외 고급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전략 차이가 나타나는 배경에는 점포의 차이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롯데백화점이 운영 중인 매장은 아웃렛과 전문점 등을 포함해 모두 60여곳에 이른다. 백화점과 아웃렛을 합해 20여곳인 신세계백화점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다. 다수의 점포는 다수의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로 연결되며 자연스레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저가 상품이 경쟁력을 갖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반면 신세계는 매장 숫자의 열세를 품질로 승부해 합리적이면서도 품질 좋은 상품으로 단골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의 매장 다수는 생활밀착형 상권에 자리잡고 있어 가격을 앞세운 전략이 경쟁사에 비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남성 정장 PB 브랜드 '맨잇슈트' 매장(왼쪽)과 신세계백화점의 웨딩주얼리 PB 브랜드 '아디르' 매장. 사진/각 사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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