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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챔피언’ 권율 “마동석과 ‘맞짱’ 찍고 싶은데 큰일 나겠죠?”
‘팔씨름’ ‘마동석’ 소재 흥미…”무엇보다 ‘진기’ 역할 마음에 들어”
IMF시절 부모님 식당 어려움…”영화 속 ‘진기’ 이해하는 데 도움”
2018-05-02 17:04:34 2018-05-02 17:04:34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 배우 참 묘한 이미지다. 얼굴에서 풍기는 맛이 한 가지가 아니다. 달콤한 로맨스도 있다. 씁쓸한 드라마도 있다. 코가 찡하게 울리는 악한 스토리도 있다. 허세 가득한 웃음기와 인간미 넘치는 코미디도 담겨 있다. 사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천상 배우다. 평소의 얼굴을 보면 고생이라곤 ‘1도’ 모르고 자란 부잣집 도련님이 ‘딱’이다. 대중들에겐 그래도 ‘이순신 장군의 아들’로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최민식)의 아들이 바로 배우 권율이었다. 이렇게 권율의 얼굴에는 눈으로 맛 볼 수 있는 모든 얘기가 담겨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에겐 너무 많은 기회가 널려 있단 뜻이기도 하다. 물론 반대로 아직도 ‘이순신 아들’로 기억되고 있기에 이제 출발선에 선 권율이란 뜻이기도 하다. 영화 ‘챔피언’에서 보여 준 권율의 연기 맛은 그래서 찐한 사골 국물처럼 앞서 설명한 모든 맛이 담겨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4월의 마지막 날 인터뷰를 위해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주연 배우 마동석이 신작 영화 촬영 스케줄로 부득이하게 ‘챔피언’ 홍보에 함께하지 못했다. 영화 속에서 호흡을 맞춘 또 다른 배우 한예리도 마찬가지였다. 권율이 ‘챔피언’의 선봉장이 된 셈이다. 그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인터뷰 체질이다’며 두 배우를 대신해 전면에 나선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두 분이 워낙 바쁘셔서. 뭐 반대로 말씀 드리면 제가 제일 한가해서 나서게 됐어요. 하하하. 워낙 사람과 얘기하는 것도 즐기는 타입이고. 인터뷰 너무 좋아합니다.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수다 떠는 게 체질인가 봐요. 글쎄요.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황이 주어지면 관객에게 영화를 알리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오히려 지금 제가 ‘챔피언’의 주전이라 생각하고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혼자 나서기에 부담 같은 것은 전혀 없어요. 생각하지도 않았고.”
 
‘챔피언’은 마동석이 기획을 했고 그가 전면에 나서서 스토리 구성에 참여한 영화로 알려졌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마동석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 언급해 유명세를 떨친 작품이다. 사실 인지도 면에서 신인이나 다름 없는 권율이다. 그럼에도 이런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마동석의’ 영화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배우로서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휴(웃음) 전혀요. 제가 무슨 고를 처지라고. 시켜주면 다 해야죠. 하하하. 동석이형과는 이미 ‘비스티 보이즈’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어요. 우선 팔씨름이란 소재가 신선했어요. 거기에 마동석이 팔씨름을 한다? 그걸 떠올리니 더 재미가 있을 듯 했죠. ‘팔씨름’ ‘마동석’ 두 가지가 끌렸지만 진짜 끌린 것은 제가 연기한 ‘진기’였죠. 돈을 최고로 치는 잘못된 가치관에 사로 잡혀 있던 인물이 성장한다는 구성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국내에선 아직까지도 생소한 스포츠에이전트가 바로 진기다. 약간은 사기성이 짙고 껄렁거리며 허세도 가득하다. 미워할 수 있는 캐릭터이지만 또한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이 궈율의 이미지와 결합되면서 생생한 인물이 됐다.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선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캐릭터나 작품이 전혀 없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맞아요. 특별히 참고를 할 만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없었어요. 일단 ‘챔피언’의 모티브가 된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오버 더 톱’을 봤죠. 극중 진기가 많이 어려운 생활을 하고 가족들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잖아요. 일단 IMF가 떠올랐죠. 저 역시 그 시대를 겪었고 그 세대가 느끼는 정서를 이해하고 있어요. 그때 제 나이가 17세라. 요식업을 하신 부모님이 IMF때 정말 어려움을 많이 겪던 게 생각이 났죠. 그 지점이 많이 진기를 연기하는 데 참고가 됐어요.”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나름 부유하게 살아온 권율이지만 한 순간에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고생도 숱하게 해왔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 이미지였다. 생김새로만 보면 반장은 도맡아 하던 판검사를 꿈꾸던 부모님의 바람을 이뤄줄 공부 잘하는 말 잘 듣는 착한 아들로만 보였다. 그는 이런 설명에 웃음을 터트리며 손사래다. 중학교 시절부터 막연한 배우의 꿈을 실현시킨 평범한 학생이었을 뿐이란다.
 
“하하하. 못하진 않았지만 공부를 그리 썩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웃음). 뭐 IMF가 저의 배우 결심을 마련한 계기는 아니에요. 글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이 되요. 그냥 ‘장래희망’을 적는 설문에 ‘배우’라고 적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사실 지금 기억도 안나요. 얼핏 떠오르는 게 옆에 친구가 ‘배우가 하고 싶다고?’라고 물었던 기억이 나는 정도에요. 뭐 어찌됐든 꿈은 이뤘으니. 하하하.”
 
꿈을 이룬 권율이 출연한 ‘챔피언’. 엄연히 ‘챔피언’은 마동석이 주연이고 마동석을 위한 영화다. 상대적으로 권율은 마동석의 빛을 보조해야만 하는 역할이다. 마동석이 진지함과 드라마를 만들어 내야 한다면 그는 반대로 ‘웃음’과 ‘페이소스’ 등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 구조다. 친한 선배와 함께하는 작업에서 분명 부담감이 있을 법도 했다.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분명히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제겐 진기의 영화로도 보였어요. 진기가 만들어 내는 얘기가 꽤 넓게 보였거든요. 여러 번 말씀 드렸지만 제가 부담이나 우려를 느낄 만한 위치는 절대 아니잖아요(웃음). 함께 작업을 하면서 얼마나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까 고민만 했어요. 그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구요. 유머는 동석이형의 코드가 있고 저의 코드가 있어요. 또 감독님의 코드도 당연히 영화 속에 많이 녹아 있어요. 그걸 조율하는 작업도 많이 했어요.”
 
올해로 데뷔 11년 차에 접어든 만만치 않은 경력을 자랑하는 권율이다. 함께 데뷔를 한 동기들 모두가 꽤 잘나가는 스타로 발돋움 했다. 반면 자신은 제 자리에 머물러 있고 때로는 후퇴한단 생각도 저버릴 수 없었다고 한다. ‘챔피언’ 속 진기처럼 되는 일 하나 없이 허세만 가득한 마음으로 살아온 적도 있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극복이 되더란다.
 
“2007년 SBS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했어요. 당시 같이 했던 배우들이 이민호 문채원 박보영 등이죠. 다들 엄청난 스타가 됐어요. 하하하. 뭐 그렇죠. 연기에 대한 갈증은 똑같지만 언제나 선택을 당하는 입장이다 보니 좌절과 부침의 시간도 많았어요. 그러다 ‘명량’을 만났고. 이제는 어떤 오디션을 가도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 아들역으로 나온’이라고 소개할 수 있어요. 그저 하나의 자신감 회복이죠. 에너지를 얻었다고 할까. 더디게 가고는 있지만 할 수 있고 하고 있단 것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얻게 됐다고 봐요.”
 
권율.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작지만 인상 깊은 여러 작품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뽐내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권율이다. 이번 ‘챔피언’에선 사기꾼 기질도 농후하지만 적당히 허세와 유머스러움이 넘치는 인간미 캐릭터를 연기했다. 반면 전작들에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악역부터 달콤한 로맨스가이 그리고 차가운 도시남 등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 베이스를 넓히기도 했었다. 창작자들이 생각하는 권율의 이미지가 궁금했다.
 
“하하하. 꽤 여러 작품에서 여러 이미지로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는 것도 사실이에요. 우선 TV드라마에선 나이스가이나 훈훈한 역할이 많이 와요. 아니면 완벽한 악역도 꽤 많구요. 영화에선 의외로 허당 같고 허세가 많은 역할로 제안이 오죠. 이번 영화도 그렇고 ‘최악의 하루’란 영화에서도 그랬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조직에서 일도 잘 할 것 같고 일도 막 벌려 놓지만 막상 실행하려다 이것저것 다 놓치는 모자란 오른팔 같은 역할? 그런걸 해보고 싶어요(웃음). 동석이 형과 맞짱 붙는 액션도 해보고 싶고. 그런데 그러다 죽는 것 아닌지 몰라요. 하하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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