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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한국증시, 개인투자자 신뢰 되찾아야
2018-07-30 08:00:00 2018-07-30 08:00:00
2018년을 시작할 당시 증시에 대해 가졌던 기대가 반년 만에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초 투자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코스피 3000, 코스닥 1000포인트 시대 도래의 꿈은 어느덧 빛을 잃어가고 있다.한때 26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는 연중 최고점보다 10% 이상 하락해 2300선 아래 머물고 있고 코스피도 800선을 내준 채 연중 최저점을 이어가고 있다.
 
증시 상승을 이끌며 IT의 뒤를 이을 새로운 주도주로 각광받았던 제약·바이오주는 어느새 애물단지가 돼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주요 대형주와 관련 펀드들은 최근 들어 대부분 두자리수의 손실률을 기록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논란, 라정찬 네이처셀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 등 시장의 신뢰를 상실할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바이오기업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 감리를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다.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고, KB증권 직원의 고객돈 횡령 등 잇따라 터져나오는 금융투자업계의 모럴 헤저드는 시장의 신뢰를 뿌리에서부터 뒤흔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에 대해 신규업무 정지 6개월, 대표이사 직무정지 3개월 등을 포함한 중징계를 내렸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가운데 개미 투자자들은 증시를 떠나고 있다. 7월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코스닥 일평균 거래량은 5억7000여만주로, 6개월 전인 지난 1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개미들이 갖는 불만은 명확하다. 경기의 룰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어 개인들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관된 목소리다.
 
투자자 게시판에는 공매도에 대한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약세장에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고안된 기법이 공매도라고 하지만 그 결실은 고스란히 기관과 외국인들에게 돌아간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최근 코스닥이 낙폭을 키우는 와중에도 대형주들의 공매도 비중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공매도 폐지 주장에 대해 금융당국은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대책을 제시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여러모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개인에게 공매도의 위험 부담은 여전히 크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개미들을 불신에 빠뜨리는 요인이다. 올해들어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리포트 중 ‘매도’ 의견을 제시한 것은 단 한건도 없었다고 한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 서둘러 주식을 정리하라고 권하는 보고서는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현실에서 ‘매도’를 주장하는 것이 많은 부담을 안는다고는 하지만 개인들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증권사 리포트가 한쪽으로만 편향돼 있다는 사실마저 부인할 수는 없다.
 
개인 투자자는 기관, 외국인과 더불어 증시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개인들의 불신이 쌓여가는 가운데 한국 금융투자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손정협 증권부장(sjh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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