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국당이 봉준호를 대하는 자세
입력 : 2020-02-14 06:00:00 수정 : 2020-02-14 06:00:00
박주용 정치사회부 기자
자유한국당의 '봉준호 마케팅'이 점입가경이다.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휩쓴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고향이 대구라는 게 알려지자 이 지역 한국당 총선 예비후보들이 '봉준호 명예의 전당', '봉준호 영화의 거리', '봉준호 생가 복원', '봉준호 공원' 등 봉준호 감독과 관련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당 현역 의원들도 앞다퉈 '봉준호 마케팅'에 올라탔다. 강효상 의원은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했다. 박근혜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 역시 대구 남구에 영화관 등 문화시설을 확충하겠다고 한다.
 
총선 공약 뿐이 아니다. 봉준호 감독에 대한 찬사도 잇따르고 있다. 칸 영화제와 달리 이번에는 축하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김순례 최고위원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그리고 국제영화상, 감독상에 이어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작품상까지 수상해 무려 4관왕이 달성됐다"며 "이는 한국영화 사상 최초이자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쾌거라고 말할 수 있다. 깊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봉 감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진보 성향이거나 정부에 밉보인 문화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탄압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때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후신 정당이다. 축하의 진정성에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 뿐만 아니라 강 의원과 곽 의원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과정을 지켜본 당시 여당 의원들이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노린 정치인의 무임승차나 생색내기 성격이 짙다.
 
한국당은 봉 감독 뿐만 아니라 기생충 작품 자체에 대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홍준표 전 대표는 "패러사이트(기생충) 같은 영화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고, 차명진 전 의원은 "뒤늦게 기생충이란 영화를 봤다. 좌파 감독이라서 그런지 한국 좌파들의 본질을 꿰뚫어 봤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심지어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4+1 협의체'를 비판하면서 "민주당과 그에 기생하는 군소정당은 정치를 봉준호 감독한테 배웠는지는 몰라도 '정치판의 기생충'임은 틀림이 없다"고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정치권이 이슈에 따라 공약을 내거나 축하 입장을 내놓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을 블랙리스트로 찍었던 과거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이후 행보에 대해 진정성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제2의 봉준호, 제2의 기생충 탄생에도 이런 식의 대응을 되풀이 하겠는가.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봉준호 감독 열풍'에 기생하려는 한국당의 모습에 여론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박주용 정치사회부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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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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