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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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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 경례' 논란…역대 사례와 비교해보니

한국 해군, 올해까지 3차례 일본 관함식 참석…일본 해상자위대, 2차례 한국 관함식 참가

2022-11-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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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가 창설 70주년을 기념해 지난 6일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개최한 국제관함식에서 한국 해군 장병들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탑승한 배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유튜브 계정 캡처, 연합뉴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국 해군이 안팎의 우려와 지적에도 불구, 일본 국제관함식에 참가해 욱일기와 흡사한 해상자위함기(해상자위대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양국 간 과거사 쟁점이 뚜렷한 상황에서 국민정서를 뒤로 한 채 군사안보 협력만 강조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더군다나 정부는 '욱일기와 해상자위함기는 다르다'고 해명해 '욱일기 경례' 논란을 더욱 키웠다.
 
지난 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국제관함식이 개최됐다. 관함식 영상을 보면, 한국 해군은 다른 나라 해군들과 마찬가지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탑승한 이즈모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고 기시다 총리도 한국 해군을 향해 경례했다. 관함식은 국가의 원수 등이 자기 나라의 군함을 검열하는 것으로, 관함식에 참석하는 외국 함정은 주최국의 주빈이 탑승한 함정을 향해 경례를 해야 한다. 다만 일본의 해상자위함기가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이자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와 같은 모습이기 때문에 논란이 크게 일었다.
 
한국 해군의 일본 관함식 참가는 지난 2015년 이후 7년 만에 이뤄졌다. 앞서 한국 해군은 2002년과 2015년, 2022년 총 3차례 일본에서 열리는 관함식에 참석했다. 일본은 1998년과 2008년 2차례 한국에서 개최된 관함식에 참여했다. 이 때마다 욱일기 논란은 있었다. 한국에서 관함식이 열릴 때에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기와 비슷한 모양의 깃발을 내걸고 왔기 때문에 이 또한 문제가 됐다. 다만 '욱일기 경례' 논란의 파장은 당시 한일 관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1998년 일본 해상자위대가 한국 관함식에, 2002년 한국 해군이 일본 관함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는 한일 관계가 상당히 개선된 시기였다. 1998년 10월8일 김대중 대통령은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었다. 양국의 공동선언 발표는 한국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처음으로 공식 명문화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후 4일 뒤인 10월12일 열린 한국 관함식에 일본 해군이 참가했다. 2002년에도 한일이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등 양국 관계가 문화 교류 측면에서 매우 진전된 시기였다. 
 
2008년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 한국에서 정부수립과 건군 60주년을 기념하는 관함식을 개최했고, 이 행사에 일본 해상자위대도 참석했다. 전임 정부였던 노무현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 의회에서 연설할 정도로 한일 관계가 비교적 좋았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후쿠다 야스오 일본 현직 총리가 참석하는 등 양국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서 2008년 한국 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가하게 됐다. 노무현정부 당시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 문제 등을 일으키며 한일 관계가 냉랭해지기도 했지만 2006년 일본의 식민지배를 사과하고 반성하는 '고이즈미 담화'를 발표하는 등 한일 과거사 문제에 진전된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15년 10월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가 18일 가나가와현 앞바다인 사가미만에서 해상자위대 호위함 '구라마'를 타고 아소 다로 부총리(왼쪽 두번째)와 함께 관함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5년 박근혜정부 때에는 일본 관함식에 한국 해군이 참가했는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탄 구라마함에 욱일기가 걸리면서 논란이 됐다. 다만 당시에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있을 정도로 한일 양국의 분위기가 다소 진전되었던 것이 관함식 참가 결정의 배경이 됐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여야 간 평가가 확연히 달랐고 '욱일기 경례'에 대한 야당의 비판도 거셌지만, 한일 관계 훈풍 분위기 속에 관함식 참가가 결정됐다는 것은 이전 사례와 비슷했다.
 
반면 2018년 제주도에서 진행된 국제 관함식에는 일본이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문재인정부는 '욱일기 대신 일장기를 게양하라'고 요청했고, 이에 반발한 일본 해상자위대는 최종적으로 관함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때 '욱일기' 논란도 문제였지만, 당시 상당히 악화된 한일 관계 분위기가 일본의 관함식 불참에 크게 작용했다. 2018년 10월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같은 해 12월 한일 초계기 분쟁,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 한일 사이에 벌어진 갈등 현안이 만만치 않았다.
 
역대 사례를 보면 전반적으로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일본의 의지 등으로 한일 양국 관계가 좋았을 때 관함식 참석이 이뤄졌다. 반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는 문재인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는 분명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일본은 별다른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일본의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무리하게 관함식 참가를 결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7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대중정부 당시 (관함식 참가 결정은)한일 우호 분위기가 확실하게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상당히 다르다"며 "현재는 일본 쪽에서 한국에 너무 요구하는 것이 많다.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해결 등 모든 것을 일본이 원하는 대로 해결하라는 것이 일본 측 주장이기 때문에 현재 한일 관계가 상당히 안 좋아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군함에 있는 욱일기를 향해 경례하는 것은 처음부터 신중하게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10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일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에 참석해 좌승함인 일출봉함에서 해상사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북한의 핵위협이 점점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군사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관함식 참가를 결정했지만 안보 차원의 실질적 이득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국방부가 일본 관함식 참석을 결정하면서 욱일기와 일본해상자위대 깃발이 다르다고 해명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두 깃발이)형상은 비슷한 모습인데 (해상자위대기는)약간 기울어져 있어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과거 모든 정부에서는 일본 해상자위대기도 욱일기라는 스탠스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욱일기로 봐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약간 (해상자위대기 햇살의)방향이 바뀌었다고 해서 욱일기와 다르다라는 표현이라든지, (욱일기가 아닌)자위함기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며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도 욱일기가 아니다, 맞다는 논란이 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날 '욱일기 경례' 논란이 커지자 '국제관례'라는 해명을 내놨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함정에 깃발이 없더라도, 주최국 대표가 승선해 있으면 거기에 경례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고 했다. 욱일기에 경례를 한 것이 아닌 함정에 경례를 한 것이라는 반박인데, 관함식 참석 결정 전부터 '욱일기 경례' 문제가 지적된 바 있어 무리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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