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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민주'가 사라진 민주당

2023-09-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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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방청석에서 한 시민이 항의하다 퇴장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우리 당은 원래 그래.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곳이지.” 
 
그간 기자가 만난 민주당 의원들이 비교적 공통으로 하는 말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이는 소위 계파를 뛰어넘는 언급이었습니다. 특히 의원총회처럼 여러 의원이 모이는 자리가 파한 후 현장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를 물으면, 의원들로부터 이런 취지의 답이 돌아오고는 했죠. 
 
저 말을 하던 의원들의 면면을 떠올려봅니다. 어떤 의원은 덤덤히, 어떤 의원은 심드렁하게, 어떤 의원은 피로감 어린 듯이. 비언어적 표현으로 미뤄 짐작한 개인적 호불호가 어떻든, 의원끼리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일은 민주당에서 크게 낯선 풍경이 아닌 듯했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을 원칙으로 합니다. 전제가 있습니다. 소수에 대한 존중입니다. 소수 의견을 무시하고 다수 의견만을 내세워 의사결정을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보다 전체주의에 가까운 무언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다양한 의견의 표출을 용인하는 민주당의 문화는 ‘민주’라는 이름에 조금은 걸맞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민주당은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할 위기에 봉착한 듯합니다. 지난 21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민주당 지도부는 ‘색출’에 여념이 없습니다.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찾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겁니다. 가결표 행사가 ‘해당 행위’라고도 수차례 규정했죠.
 
이번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졌습니다. 누가 가·부를 던졌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고, 사실상 징계도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지도부 엄포에 ‘개딸(이 대표 강성지지층)’의 십자포화까지 더해지면서, 의원들은 ‘자진납세’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표결 당시에 부결표를 던졌다는 릴레이 ‘인증샷’이 쇄도했죠.
 
민주당은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자랑스레 여겨왔습니다. 다양성을 억압하는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이끌었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둘러싼 민주당 모습은 민주당이 기치로 삼던 면모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집단에서 갈등은 있을 수 있습니다. 비판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성 자체를 제거하려 한다면, 그 집단은 더는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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